‘무기력증’ 신태용호, 장점 극대화? 실험?…방향타를 잡아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12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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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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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 된 변형 쓰리백 선수들 ‘허둥지둥’
우리가 가장 잘하는 부분 극대화도 중요
실험의 방향성, 기준도 명확하게 설정해야
실종된 투혼, 떨어진 자신감 회복도 과제

처참했다. 그리고 참담했다. 내용도 결과도 얻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계속된 무기력증을 이번에도 털어내지 못했다.

신태용(47)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0월 11일(한국시간) 스위스 빌-비엔에서 끝난 모로코 평가전에서 1-3 완패했다. 10월 7일 러시아 원정경기(2-4 패)에 이은 2연패다. 7골이나 내준 디펜스가 특히 최악이다. 대표팀은 이번 유럽 원정에서 중앙수비수 1명이 포어-리베로로 중원과 후방을 오간 변형 쓰리백을 활용했으나 결국 ‘맞지 않는 옷’임이 입증됐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공간을 오히려 내줬고, 압박도 헐거웠다. 공격 2선에서 측면 수비로 내려온 이청용(29·크리스털 팰리스)은 낯선 포지션에 내내 허둥거렸다. 러시아전 후반 막판 2개 어시스트로 공격전개에서는 절반의 합격을 받았으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수비는 좋지 않았다. 빠르게 전개된 모로코의 측면 공략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내내 위기를 자초했다.

전반 중반 남태희(26·알 두하일)~김보경(28·가시와 레이솔)~김기희(28·상하이 선화) 등 3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며 포백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다소 안정을 찾았지만 이미 꺾인 흐름을 뒤집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 경기를 지켜본 한 축구인은 “다소 무리한 실험이었다. 신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떠올리며 새로운 전술 옵션을 가지려고 했겠지만 변화에는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선수들은 벤치가 원하는 방향을, 또 의도를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며 경기를 복기했다.

또 다른 현장의 축구인도 “시차 적응에 러시아→스위스 이동을 고려하면 대표팀에 주어진 시간은 절대적으로 짧았다. 실험도 좋지만 물리적으로 몸에 익을 수 없었다.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도 제각각이었다. 최근의 분위기였다면 전술 테스트와 옵션 추가는 내년 1월 소집기간을 활용했어야 했다. 1~2차례 손발을 맞추고 뭔가 결실을 기대할 수 없겠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아쉬웠다”고 씁쓸해 했다.

이제는 명확한 좌표를 설정할 때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부분을 극대화해야 할지, 아니면 실험을 더해야 할지를 정해야 할 타이밍이다. 물론 후자라면 언제까지 하는지, 실험의 폭은 어느 정도를 해야 할지를 명쾌하게 확정지어야 한다.

회복도 필요하다. 오랜 시간 이어진 부진으로 대표팀의 자신감은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공을 잡으면 조급하기만 할 뿐이다. 질 때 지더라도 과감히 부딪히고 당당히 무릎을 꿇는 투혼도 완전히 사라졌다. 실력이 부족하면 적극성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지금의 대표팀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

“앞으로 전진 하라”는 벤치의 간절한 외침을 흘려들을 뿐이다.

이래저래 갈 길이 먼 한국축구.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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