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변화와 경쟁 모드로 왕조 구축한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11일 05시 30분


IBK기업은행은 우승 이후 대대적인 변화를 감수했다. 그럼에도 기민한 움직임으로 이적 시장의 승자가 됐다. 이제 어떻게 이 멤버를 조화시키느냐가 이정철 감독 앞에 놓인 숙제다. 사진제공|KOVO
IBK기업은행은 우승 이후 대대적인 변화를 감수했다. 그럼에도 기민한 움직임으로 이적 시장의 승자가 됐다. 이제 어떻게 이 멤버를 조화시키느냐가 이정철 감독 앞에 놓인 숙제다. 사진제공|KOVO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은 목이 잠겨있었다. 감기 탓이 아니었다. 3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일본 나고야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다가 빚어진 일이었다.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3일 오후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4일부터 7일까지 파트너를 바꿔가며 실전을 거듭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 감독의 마음이 이토록 급했던 것은 IBK기업은행을 둘러싼 특수한 사정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요약했다.

세터 김사니가 은퇴했다. 박정아가 도로공사로 프리에이전트(FA) 이적하며 IBK기업은행 우승을 이끌었던 공격 삼각편대(리쉘~김희진~박정아)도 해체됐다. 센터 김유리도 FA 보상선수로 떠났다. 그리고 베테랑 리베로 남지연마저 흥국생명에서 FA 보상선수로 지명됐다. 주전 4명이 사라진 상황. 그러나 IBK기업은행은 프런트와 현장의 소통 속에서 신속하고, 적절한 투자로 위기를 타개했다. FA 최대어 김희진을 잔류시켰고 센터 김수지, 세터 염혜선, 레프트 고예림 등을 영입했다.

그러나 채 한숨을 돌리기 전, 또 하나의 불가항력적 환경에 직면했다. 국가대표팀에 주력선수들이 교대로 차출되며 손발을 맞출 물리적 시간이 모자랐다. 외국인 레프트 리쉘도 미국 대표팀에서 뛰느라 합류가 늦었다. IBK기업은행은 14일 홈 코트 화성실내체육관에서 흥국생명과 개막전을 갖는다. 개막까지 채 1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 ‘디펜딩챔피언’ IBK기업은행은 시간과의 싸움이자 그들 자신과의 경쟁에 돌입했다.


● 경쟁, 준비 안 되면 주전은 없다

이 감독은 “개막전 스타팅은 결정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경쟁”이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의 장점에서 불안요소로 바뀐 리베로 포지션의 제1옵션은 예상을 깨고 김혜선이 맡는다. 이 감독은 레프트 채선아의 리베로 전환을 일단 보류했다. 직전 시즌까지 백업 리베로였던 노란과 흥국생명에서 자유계약 선수로 풀린 뒤 영입한 김혜선을 더블 리베로로 활용한다. 이 감독은 “더블 리베로는 흉내만 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즉, 김혜선을 먼저 쓸 뿐 흐름과 컨디션에 맞춰 노란의 출장 빈도도 올라간다.

세터 역시 염혜선과 이고은의 ‘투 세터 시스템’이 가동된다. 레프트 한 자리를 놓고 고예림과 김미연도 경쟁이다. 이 감독은 “(김희진과 리쉘을 지원할) 그 자리에서 득점이 더 나와야 된다”고 주문했다.

이 감독은 “누구도 부담을 내려놓으면 안 된다. 컨디션 좋은 사람이, 준비 잘하고, 근성 강한 선수가 나간다”고 말했다. 옵션이 증가한 만큼 이 감독의 전술운영 폭은 넓어질 수 있다.

IBK기업은행 김희진. 사진제공|KOVO
IBK기업은행 김희진. 사진제공|KOVO

● 변화, 김희진 고정 포지션은 없다

팔꿈치와 어깨 상태가 안 좋았음에도 국가대표팀에서 ‘혹사’당했던 김희진의 몸 상태가 회복된 점은 고무적이다. 김희진은 IBK기업은행의 에이스이자 주장이다. 전략적으로, 정신적으로 IBK기업은행의 상징이다. 이 감독은 이런 김희진을 가변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라이트 김희진의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는 ‘큰 공격’을 살리되, IBK기업은행의 열악한 미들블로커 라인을 보완하기 위한 기능도 때때로 겸한다.

이 감독은 “센터 유미라가 무릎이 안 좋다.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뽑은 김현지를 쓰겠다”는 깜짝 발언을 했다. 김현지를 쭉 지켜본 이 감독은 “높이가 높진 않아도 엉뚱한 범실을 안 한다. 학교에서도 센터를 계속 했다. 가능성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 연결, 점이 아닌 선의 배구 컬러를 만든다

V리그의 후발주자였음에도 IBK기업은행은 어느덧 유니폼 가슴에 별 3개를 새겼다. 정규시즌 우승 역시 3차례 해냈다.

멤버가 아무리 많이 바뀌었어도 IBK기업은행을 둘러싼 높은 기대치는 감당해야 될 숙명이다. 이 감독은 “그 어느 시즌보다 조직적이고, 연결 상황에서도 빠른 배구를 하겠다. 외국인선수 공격 점유율을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리쉘 의존도를 줄이려면 결국 김희진의 성공률이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고예림~김미연의 리시브 라인이 안정되어야 센터 김수지의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리베로가 약해진 대신, IBK기업은행은 레프트 라인의 수비력은 올라갔다. 보완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 감독의 계산이다. 이 감독은 우승을 했음에도 “지난 시즌은 범실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이 숫자를 얼마나 낮추느냐에 IBK기업은행의 정상 수성이 걸려있다.

세터가 귀한 여자배구에서 국가대표를 둘이나 거느린 IBK기업은행은 복 받은 팀일 수 있다. 그러나 김사니 같은 카리스마를 기대할 순 없다. 어쩌면 IBK기업은행의 최대변수는 염혜선의 팀 적응 속도다. 이 감독은 “염혜선 스스로가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안다. 자기 리듬을 살리되 꼼꼼하게 디테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염혜선. 사진제공|KOVO
IBK기업은행 염혜선. 사진제공|KOVO

결국 답은 기본이다. 리시브가 올라오면 세터가 얼마나 위치선택을 빨리 해서 정확하게 볼을 머리 위에 안착시켜서 토스를 할 수 있느냐다. 손만 가지고 편한 토스를 하려다가 볼 끝이 일정하지 못한 습관을 교정하는데 염혜선과 이 감독은 전념하고 있다.

이 감독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처음 창단했을 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우승 공신들이 대거 떠났음에도 IBK기업은행은 여전히 강자의 면모를 잃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방심하지 않는다. 그래서 IBK기업은행은 무섭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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