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야구學] ‘길어지는 선수생명’ 제2의 이승엽은 누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9월 1일 05시 30분


삼성 이승엽(왼쪽)과 박흥식 코치(현 KIA)의 인연은 각별하다. 이승엽은 프로 입단 이듬해인 1996시즌 중반부터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정신적인 면에서도 박 코치를 믿고 의지했다. 선후배 관계가 엄격한 야구계에서 이승엽이 14살 차이의 박 코치를 ‘형’으로 표현하는 것은 둘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스포츠동아 DB
삼성 이승엽(왼쪽)과 박흥식 코치(현 KIA)의 인연은 각별하다. 이승엽은 프로 입단 이듬해인 1996시즌 중반부터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정신적인 면에서도 박 코치를 믿고 의지했다. 선후배 관계가 엄격한 야구계에서 이승엽이 14살 차이의 박 코치를 ‘형’으로 표현하는 것은 둘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스포츠동아 DB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이승엽(41·삼성)과 이호준(41·NC)은 각각 1995년과 1994년에 프로무대에 데뷔한 ‘백전노장’들이다. 바람의 손자로 불리며 신인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정후(19·넥센)와는 무려 20살 넘게 차이가 난다. 두 선수는 그야말로 ‘롱런(Long-Run)’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어린선수들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 활약으로 40대가 넘은 나이에도 베테랑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KBO리그에 등록된 선수들의 평균연령은 27.5세다. 야구 원년인 1982년(26세)과 비교하면 1.5세가 증가된 수치다.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프리에이전트(FA) 제도를 봐도 길어진 선수생명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2000년부터 이후 16년간 현 FA 제도에서 세 번의 FA 계약을 성사시켰던 선수는 송진우(전 한화)가 유일했다. 그러나 2016년에 조인성(전 한화), 2017년에는 정성훈(LG)과 이진영(kt)이 세 번째 FA 대열에 합류하면서 넘치는 관록미를 선보였다.

현대야구에서는 이제 ‘베테랑’이라는 단어의 기준마저 모호해졌다. 점점 길어지는 선수생명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야구기자 2년차 장은상 기자가 묻고,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인 조범현 전 감독이 답했다.

Q : 현대야구에서는 삼십대 베테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치는 백전노장들이 많습니다. 길어진 선수생명은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일까요?
A : 선수생활을 오래 하려면 일단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삼박자란 체력, 기술, 정신력 이렇게 세 가지죠. 어느 것 하나도 다른 두 가지에 비해 부족해서는 안 됩니다. 이 밸런스가 무너지면 즉시 선수생명을 갉아먹게 되죠. 좀 더 세분화하면 ‘체력’은 신체적 조건, 근육, 유연성, 힘 등으로 분류 될 수 있죠. 선천적인 것은 물론이고 후천적으로 좋은 체력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게 롱런의 비결이죠. ‘기술’적인 부분은 역시 메커니즘적인 요소가 강해요. 투수는 이상적인 투구 폼, 타자는 밸런스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자세 등이 중요하겠죠.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정신력’입니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물론, 자신만의 야구철학과 야구관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야구는 단순히 몸으로만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니까요.

Q : 체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몸’인데요. 미리미리 기반을 쌓아 놓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A : 자기관리의 시작은 바로 몸을 만드는 단계죠. 근성이 아무리 좋아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어려우니까요. 요즘에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보강운동을 병행하는 선수들이 많아졌어요. 특히 보강운동은 모든 체력의 기초라 할 수 있죠. 선수들 체격이 저마다 다르듯이 그 기반을 쌓는 보강운동 또한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어요. 선수는 자기 몸에 맞는 보강운동을 찾아 미리미리 몸을 단련시켜야 해요. 이후에는 그 과정을 꾸준히 반복해야죠. 나이 들어서도 이를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Q : 구단의 역할도 분명 클 것 같은데요. 현대화된 의료체계나 트레이닝 파트의 존재도 선수들의 몸 관리에 큰 도움이 되겠죠?
A : 물론이죠. 사실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은 최근에서야 일반화된 검진 기법이죠. 1990년대만 해도 선수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검진이었어요. 그 시절에는 엑스레이 촬영이 전부였죠. 선수들은 약간의 통증이 있어도 참고 경기에 나갔어요. 그런 작은 부상이 조금씩 쌓여 결국에는 큰 부상이 되기도 했죠. 최근에는 구단이 선수들의 몸 관리에 정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요. 트레이닝 파트에서 전반적인 관리를 해주고, 정확한 검진으로 적재적소에 치료까지 받게 해주니 선수들의 선수생명 연장에 분명 큰 도움이 되는 거죠.

Q : 포수는 유독 선수생명이 긴 포지션인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 경험적인 측면에서 요인한 것이라 볼 수 있죠. 포수는 전반적인 경기를 운영하는 ‘야전사령관’이라 할 수 있어요. 경험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량을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베테랑 포수들은 당연히 젊은 포수들보다 경험이 더 풍부할 수밖에 없어요. 안정감에서도 분명 차이가 있죠. 다만 부상에 대한 위험은 큰 포지션이에요. 항상 웅크리고 있고, 앉고 서는 것을 반복하기 때문에 무릎과 관절에 큰 무리가 가죠. 부상적인 측면에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분명 다른 포지션보다 ‘롱런’ 할 수 있는 포지션입니다.

Q :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이승엽, 이호준 선수는 후배들에게 좋은 ‘롤모델’일 것 같은데요.
A : 대단한 선수들이죠. 은퇴투어는 정말 잘 한 것 같아요. 젊은 선수들이 보면서 얼마나 부러워하겠습니까. 누구나 ‘나도 야구를 오래해서 저런 시간을 갖고 싶다’고 생각할 겁니다. 좋은 동기부여죠. 베테랑들이 늦은 나이까지 활약하는 건 절대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에요. 프로는 승부의 세계입니다. 잔인하고 냉혹하죠. 아무리 나이가 많고, 인성이 훌륭한 선수여도 실력이 부족하면 쓰지 않는 겁니다. 지금의 베테랑들은 모두 구단에서 볼 때 전력상으로 도움이 되니까 엔트리에 포함시키는 거예요. 두 선수들을 보고 젊은 선수들이 많이 배웠으면 합니다. 제2의 이승엽과 이호준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잖아요?

정리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