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하노이 쇼크? 망신은 순간이고 시장은 영원하다

2017 K리그 올스타전이 논란 속에 29일(한국시간) 막을 내렸다. 사상 처음으로 베트남에서 진행된 축제는 K리그 올스타팀의 예상 밖 패배라는 결과 탓에 많은 비판을 떠안았지만 경기 자체를 떠나 향후 올스타전의 발전방향에 대해서 생각해봐야할 시금석이기도 했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 K리그 올스타전, 어떻게 봐야 할까

올스타팀, 베트남 U-22 대표팀에 0-1
1시간 손발 맞춘 팀…경기력 기대 무리
해외시장 개척 의의…준비 부족 아쉬움

K리그는 7월 29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험을 했다. ‘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하노이 미딩국립경기장에서 마련된 K리그 올스타팀과 베트남 SEA(동남아시안)게임 대표팀(22세 이하)과의 친선경기에서 0-1로 패했기 때문이다. 전반전 슛 횟수에서 10-2로 크게 뒤질 정도로 상대에 압도당했다. 이렇다할 퍼포먼스 없이 마무리 된 90분은 축제가 되지 못했다. ‘베트남 쇼크’라는 신조어를 남긴 채 씁쓸히 끝났다.

솔직히 우리가 기대했던 마무리는 아니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을 화려하게 수놓은 조나탄(수원삼성), 데얀(FC서울) 등 주요 외국인 선수들이 빠졌으나 내로라하는 토종들이 출격한 한국의 준 국가대표형님들이 베트남의 어린 선수들에게 한 수 가르쳐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전혀 예상 밖 경기 전개와 결과가 나왔으니 충격은 더 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이번 올스타전 목표는 확실했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초석 다지기였다. 이날 경기에서 발생한 모든 수입은 업무협약(MOU)을 맺은 베트남축구협회가 챙기는 대신, 우린 K리그를 널리 알리고자 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꾸준히 성과를 낸 K리그도 얼마든지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상품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1차적으로 베트남에 K리그 중계권을 판매하고,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관심을 끌어들여 국제적인 투자를 받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더불어 베트남을 비롯한 주요 지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과 현지 회사들이 K리그 스폰서십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이런 부푼 기대는 아쉬움으로 끝났다. 미딩국립경기장을 찾은 2만5000여 관중 앞에서 오히려 망신을 당했다. K리그의 매력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2박 3일이라는 지나치게 짧은 체류시간에 쫓겨 선수단은 뭔가 흥미로운 행사를 진행할 수도 없었다. 2회에 걸친 팬 사인회와 축구클리닉 참여 정도로 임팩트를 남기는 건 애초에 무리였다.

그래도 모든 부분을 실패로 포장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과거 우리 대표팀이 브라질과의 친선 A매치에서 한 번 이겼다고 브라질 축구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건 아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을 뿐, 브라질을 폄훼하지는 못한다. K리그 올스타팀은 어디까지나 올스타팀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뒤바뀌는 것도 아니다. 1시간(그것도 1차례) 손발을 맞춰 최상의 플레이를 펼치는 팀은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흘 뒤에 리그 경기가 있는데 선수들에게 억지로 열심히 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 한다고 해서 그 말을 들을 선수들도 아니다.

무기력하게 졌다고 해외시장에 시선을 돌리려는 K리그의 시도를 억지로 비난할 필요도 없다. 조금이라도 축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K리그 시장이 계속 위축되고 있고, 위태로운 처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새로운 스폰서는 나타나지 않고, 기존 기업들마저 발을 빼려고 한다. 전혀 새로운 시도조차 없이, 초기투자 없이 성과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올스타전 이상의 활용방안은 현실적으로 없다.

연맹은 앞으로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해외 올스타전을 추진한다는 생각이다. 베트남 투어로 시작해 마무리된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얘기다. 무엇을 해보다 실패하는 것이 실패를 두려워 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다만 좀더 철저한 준비를 하고 연맹의 큰 뜻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줄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충분히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협조해서 더 좋은 모양을 만드는 그런 공감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우리는 살면서 실패와 패배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남장현 스포츠1부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