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 노장들 찬란한 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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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호주오픈 테니스 남녀 단식 결승 진출 4명 모두 사상 첫 30대
기술 발달로 타구 반발력 세지고 과학적 몸관리에 20대 못잖은 체력… WTA는 혹사 막으려 의무출전 줄여

 올해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남녀 단식 결승전은 30대 잔치였다. 여자부에서는 세리나 윌리엄스(36)가 언니 비너스(37)를 2-0으로 물리치고 정상을 차지했고, 남자부에서는 로저 페더러(36)가 라파엘 나달(31)을 3-2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호주 오픈은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과 함께 4대 메이저 대회로 꼽힌다. 이 대회들을 모두 석권하는 것을 ‘그랜드 슬램’이라 부른다.

 이 대회 중에서 남녀 단식 결승전이 모두 30대 나이 선수들 간 맞대결로 열린 건 프로 선수들이 4대 메이저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한 1968년 프랑스 오픈 때부터 196개 대회 만에 처음이다.

○ 서른, 잔치는 시작됐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역대 메이저 최다 우승(23회) 기록을 세운 세리나는 역대 최고령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도 만 35세 4개월로 늘렸다. 세리나는 2012년 윔블던에서 우승한 뒤 30대에만 메이저 대회 10승을 추가했다. 그 전까지는 메이저 대회를 177번 치르는 동안 30대 여자 선수가 정상을 차지한 건 15번(8.5%)밖에 되지 않았다.

 세리나뿐 아니라 나이를 먹어 가면서도 기량을 유지하는 여자 선수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20년 전이었던 1997년 메이저 대회 4강에 진출한 여자 선수 평균 나이는 21.5세였다. 지난해 이 기록은 29.5세로 올랐다. 남자 선수도 1997년 25.4세에서 지난해 29.3세로 평균 30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범위를 10명으로 늘려도 마찬가지다. 1996년 연말 세계랭킹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여자 선수는 평균 22.6세였지만 지난해에는 26.6세로 4세 많아졌다. 같은 기간 남자 선수도 25.2세에서 28.4세로 올랐다. 1996년에는 세계랭킹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30대 선수가 남녀를 통틀어 한 명도 없었지만 지난해에는 남자 4명, 여자 2명이 30대였다. 

○ 혹사 방지가 관건

 테니스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30대에도 전성기를 이어갈 수 있는 제일 큰 이유로 라켓 기술의 발달을 꼽는다. 작은 힘으로도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게 되면서 선수들이 30대 중반이 되어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힘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이요법과 웨이트 트레이닝 기술의 발달 역시 30대 선수들이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특히 여자프로테니스(WTA)는 30대 혹사 방지책을 마련해 선수들이 현역으로 오래 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여자 선수는 만 30세가 되면 대회 참가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예전에는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대회가 너무 많아 선수들이 나이가 들수록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는 일이 많았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인 사이먼 채드윅 영국 코번트리대 교수는 동아일보 e메일 인터뷰에서 “여자 선수들은 전성기가 짧기 때문에 예전에는 그 기간에 수익을 많이 올리려고 무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부상을 당하는 일이 많았고 그 탓에 전성기가 더더욱 짧아지는 악순환에 시달렸다”며 “이제는 오히려 다시 10대 챔피언을 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로저 페더러#세리나 윌리엄스#라파엘 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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