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 Law Story] 지나친 응원 소음, ‘민사적 책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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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5시 45분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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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성 없어 형사적 범죄 성립 안되지만
인근 주민 등 소음피해로 손해배상 가능
멋진 경기 위해선 성숙한 관중문화 필요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은 원정팀의 무덤 또는 지옥으로 불린다. 관중은 검은 옷을 입은 채 엄청나게 소리를 질러댄다. 선수들간 의사소통도 어렵다. 이런 소음 피해에 대한민국대표팀이라고 예외일 리 없었다. 우리 대표팀도 10월 11일 테헤란 원정경기에서 0-1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그 결과 한때 대표팀 사령탑 교체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2010년 월드컵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렸다. 당시 독특한 응원도구가 문제됐다. ‘부부젤라’라는 나팔 모양의 악기였다. 120dB(데시벨) 전후의 높은 소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소리 자체도 유쾌하다고 볼 순 없었다. 사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어난 것은 당연해 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경기장 반입 금지를 검토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전통으로 인정해 결국 사용이 금지되진 않았다.

올해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도 경기장 응원 소리가 승부의 변수 중 하나로 꼽혔다. 넥센과 LG의 준PO가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돔구장이다 보니 응원 소리가 분산되지 않았다. 가로막힌 천정에 증폭돼 매우 크게 들렸다. 안타나 홈런을 칠 때의 응원 소리가 105dB까지 치솟았다. 이 정도면 가까이서 천둥이나 번개가 치는 소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여기에 앰프까지 더해지면 소음은 더욱 커진다. 사람은 120∼140dB의 소음을 들으면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장기간 80dB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면 청각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장애가 발생할 정도라면 지나친 앰프의 사용으로 인한 응원이 혹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을까.

● 형사적 문제는?

소음과 관련해 형사적으로는 업무방해죄와 폭행(상해 포함)죄가 문제될 수 있다. 먼저 업무방해죄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 이 중 지나친 소음은 ‘위력’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위력은 폭행, 협박보다 좀더 큰 개념이다.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그 형태를 불문한다. 타인의 영업장에 들어가 상당 시간 동안 크게 소리를 지른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법원도 고성능 확성기를 사용해 100 dB 내외의 소음을 일으키고, 사무실 내에서 대화가 어려웠으며, 인근 상인들도 고통을 호소했다면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폭행죄나 상해죄는 통상 소음보다 좀더 물리적 유형력이 있는 경우에 성립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친 소음으로 이명 등 청각장애가 생겼는데 폭행죄나 상해죄가 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일본에선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라디오 방송이나 알람소리를 크게 울리게 해 이웃 주민들을 만성두통, 수면장애, 이명 등에 빠지게 한 경우 상해죄로 처벌한 판례가 있다.

이처럼 응원이 지나친 소음이 되면 업무방해, 폭행, 상해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은 충족하게 된다. 그런데 응원을 형사적으로 처벌한다는 것은 뭔가 이상해 보인다. 왜냐하면 응원단의 의사는 응원하는 팀의 힘을 북돋워 경기력을 높이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폭행, 상해를 가하려는 의도가 아닌 것이다. 즉, 응원은 좀 지나치더라도 업무방해, 폭행, 협박의 ‘고의’가 없어 범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 민사적 문제는?

그렇다면 지나친 응원으로 인한 소음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일까. 형사적으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곧 민사적 책임까지 없다는 것은 아니다.

10월 6일 지방의 한 야구장에 판사가 방문했다. 야구 관람을 위한 것이 아닌 재판을 위한 것이었다. 지나친 응원으로 인한 소음 등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인근 주민들이 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즉, 피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현장검증에 나선 것이다.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그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팬들에게는 어쩌다 방문하는 야구장이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오죽했으면 소송까지 제기했을까.

● 지나친 소음은 경기력에도 영향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포스트시즌 시행세칙’으로 응원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징, 꽹과리 등 소음유발기구를 사용할 수 없다. 앰프는 공수교대 등 경기중단 시에만 사용할 수 있다. 또 경기진행 중에는 공격팀 응원단장의 마이크와 효과음만 사용할 수 있다. 한국농구연맹(KBL)도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위반 시 구단에 대한 제재 조치도 가능하다. 실내스포츠의 특성상 좀더 엄격한 운용이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나친 소음이나 시도 때도 없는 앰프 사용은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선수들의 집중력에 영향을 미쳐 멋진 승부를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우수한 경기력과 멋진 승부를 만들어내는 것은 선수만의 몫이 아니다. 소음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응원을 포함한 성숙한 관중문화가 거기에 더해져야 한다.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양중진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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