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KIA와 양현종은 왜 다른 곳을 보게 됐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5시 30분


KIA와 양현종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양측이 내놓은 액수 차이가 적지 않은 가운데 줄다리기 협상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미 올겨울 지출이 상당한 KIA와 합당한 대우를 바라는 양현종의 입장 차이는 언제쯤 좁혀질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DB
KIA와 양현종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양측이 내놓은 액수 차이가 적지 않은 가운데 줄다리기 협상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미 올겨울 지출이 상당한 KIA와 합당한 대우를 바라는 양현종의 입장 차이는 언제쯤 좁혀질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DB
KIA와 양현종(28)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 걸까. 지난주에 이어 19일에도 전화로 의견을 나눴지만, 양측의 협상은 여전히 난항이다. 둘 사이의 거리는 도대체 왜 생겼고, 얼마나 먼 것일까.

일본 요코하마 DeNA의 제안(2년 총액 6억엔 가량)을 거절하고, 친정팀 KIA 잔류를 선언한 FA(프리에이전트) 양현종의 거취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협상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KIA가 아닌 다른 구단 이적도 불사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양측의 제시액 차이는 적지 않다. 몇 억도 아니고, 두 자릿수로 액수차가 상당하다. KIA는 옵션을 포함해 100억원 근방을 생각했고, 양현종 측은 KIA와 계약한 최형우나 LG로 이적한 왼손투수 차우찬의 옵션을 포함한 실질적 몸값을 바라보고 있다. KIA 측의 진전된 제안 역시 양현종 측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해 보인다.

양현종은 광주 동성고를 졸업하고 2007년 KIA에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입단해 10년간 뛰면서 타이거즈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광주 출신의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타이틀은 본인에게도 강한 자부심으로 남아있다. 이로 인해 일본 진출 대신 국내, 그것도 KIA 잔류를 선언했다.

그러나 FA 협상 과정에서 KIA는 양현종과 다른 관점을 가졌다. 양현종이 해외진출을 타진할 당시, 내부적으로 ‘내년에 양현종이 해외에서 뛸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요코하마의 적극적인 움직임 등 현지 반응과 양현종 측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결합된 결과였다. KIA 구단 고위관계자는 “(협상과정에서) 선수가 말한 것도 있고 해외에 갈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한 게 사실”이라며 이를 인정했다.

KIA 양현종. 스포츠동아DB
KIA 양현종. 스포츠동아DB

반면 양현종 측은 해외 구단의 관심을 최대한 확인한 뒤, KIA와 협상에 임한다는 전략이었다. 결국 양측의 전략이 정반대로 향했고, 양현종이 최종적으로 가족과 상의 끝에 잔류를 선언하자 KIA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구단 측은 최형우를 역대 최고액인 4년 100억원(발표액)에 영입하면서 “최형우 영입과 양현종 잔류는 별개”라며 준비한 액수가 있다고 말해왔지만, 시장 상황까지 급변하며 양현종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외국인선수를 포함해 이미 지출한 액수가 큰 상황에서 양현종에게 베팅할 여력이 줄어든 뒤였다. 구단 측은 이에 대해서도 “분명히 영향이 있다”고 인정했다.

LG가 차우찬에게 역대 투수 최고인 4년 95억원(발표액)을 안긴 것도 KIA엔 악재였다. 최형우는 물론이고, 차우찬 역시 발표액을 상회하는 액수를 받은 게 사실이다. 양현종 측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 사이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재벌 총수의 청문회 출석 등 외부 악재도 있었다. 구단이 집행할 수 있는 금액 외에 모기업의 도움까지 받아야 하는데, 적극적으로 요청하기 힘들어졌다.

양현종이 해외가 아닌 국내 다른 구단의 유니폼을 입는다면, KIA는 매서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구단 측도 “양현종은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고 말한다. 다른 관점으로 출발한 FA 협상, KIA는 현재 프랜차이즈 에이스에 대한 예우와 구단을 둘러싼 복잡한 상황들이 충돌하면서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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