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 Law Story] 운동선수 잘못만 크게 처벌? 여론이 주는 무게는 당연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8일 05시 45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정호 선수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정호 선수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최근 메이저리거 강정호 선수가 음주운전으로 입건됐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인도에 설치된 안전시설물을 들이받고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다음에 일어났다.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것이다. 게다가 강 선수는 이번이 세 번째 음주운전이라고 한다. 사건이 아직 수사단계에 있어 사실 여부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팬들 입장에선 무척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도를 접하다가 문득 얼마 전 강연에서 받았던 질문이 생각났다. ‘왜 똑같은 일을 저질러도 운동선수만 세게 처벌받나요? 운동선수라고 지나치게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이었다. 그래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더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운동선수들은 형사처벌을 받는 데 더해 1년이나 2년 자격정지를 받거나 심한 경우 선수자격이 상실되어서 선수생활 자체를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평생 해온 운동을 못하게 되는 것이니, 너무 처벌이 가혹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언뜻 일리 있는 말처럼 들렸다. 아무래도 유명인이다 보니 처벌이 좀더 무거워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운동선수가 일반인보다 처벌을 무겁게 받는 것일까.

먼저 형사적으로 생각해보자. 형사처벌은 범죄에 대해 국가가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부과하는 벌칙이다.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를 거쳐 법원의 판결로 결과가 나타나는데, 징역형, 벌금형 등이다. 이런 형사처벌은 일반인이든 운동선수든 똑같이 부과된다. 운동선수라고 해서 더 높은 징역형이나 벌금형이 선고되진 않는다.

다음으로 행정적 처벌이 있다. 국가가 일정한 조건을 갖춘 경우에 발급하게 되는 면허, 허가, 특허 등을 조건위배 등의 이유로 취소하거나 정지하는 경우다. 음주운전을 한 경우에 부과되는 운전면허 100일 정지나 운전면허 취소 같은 것이 이에 해당한다. 행정적 처벌 역시 법률에 그 기준이 엄격히 정해져 있어서 직업이나 신분에 따라 차별적으로 부과되진 않는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징계처분이다. 징계는 단체나 회사 등에서 내부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부과하는 불이익이다. 공무원의 경우 파면, 정직, 감봉, 경고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단체나 회사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유사한 징계절차를 마련해놓고 있다. 운동선수의 경우에는 출장정지, 자격정지, 영구자격상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앞서 든 질문자는 아마도 여기에 의문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운동을 직업으로 삼는 선수들에게 단순히 몇 경기 출장정지가 아닌 자격정지나 자격상실은 너무 지나치다는 주장인 것이다.

과연 지나친 것일까. 필자는 앞서 열거한 세 가지 유형의 처벌 외에 한 가지 벌칙이 더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여론에 의한 벌이다. 운동선수는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산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떠난 스포츠는 개인적 취미에 불과할 뿐, 직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즉,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그 토양 위에서 부와 명예를 누리는 운동선수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여론에 따라 좀더 무거운 징계를 받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렇게 무거운 징계가 운동선수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국가공무원법에선 금고형의 선고유예 판결만으로도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일반 회사는 이런 엄격한 자격 규정이 없다. 공무원은 공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좀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각 경기단체도 마찬가지다. 대중의 관심을 벗어난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서 좀더 엄격한 자체 징계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팬들이 선수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것은 단순히 운동만 잘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 아니다. 운동뿐만 아니라 생활의 영역에서도 모범이 되길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양중진 부장검사·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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