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몸값 100억, 정상인가 거품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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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20대 후반에야 FA 첫 자격… 특급선수 많지 않아 몸값 고공행진
美매체 “선수 희망금액 88%서 계약”
프로야구 거액 영입 성공은 극소수… 작년 큰손 한화 ‘승자의 저주’ 시달려

 올겨울 스토브리그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자유계약선수(FA) 100억 원 시대’가 열릴 것인가이다. “지나친 거품이다”라는 지적을 받는 FA 100억 원 시대는 정상일까 비정상일까.

○ FA는 비적정가가 적정가

 처음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20대 후반이다. 문제는 30세를 눈앞에 둘 때까지 절정의 기량을 이어 가는 선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수준급 FA의 몸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선수들도 처음 액수를 제시한 구단보다 더 높은 액수를 부르는 구단을 찾게 된다. 이 때문에 FA 몸값은 ‘도저히 이 액수로는 살 수 없다’고 구단들이 포기할 때까지 올라갈 수밖에 없다. “1억 달러(약 1174억 원) 계약을 맺고 싶다”라고 밝힌 아롤디스 차프만(29·시카고 컵스)의 발언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그는 단 하나뿐인 상품이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이 최근 FA 계약을 한 78명의 계약 내용을 분석한 결과 실제 계약은 선수가 희망한 금액의 87.5% 수준에서 타결됐다. 이를 적용하면 차프만은 1027억 원 수준의 FA 계약이 예상된다.

 선수에게 연봉은 단순한 수입 개념을 넘어 자신의 가치에 대한 반영이기도 하다. 최형우(33·삼성)가 4년 전 “120억 원 몸값의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SPN의 분석에 최형우의 발언을 대입해 보면 그와 계약하기를 희망하는 국내 구단은 몸값으로 105억 원 정도를 준비해야 한다.

○ 돈값 못 하는 대형 FA

 FA 시장에는 ‘승자의 저주’라는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거액을 주고 영입한 FA가 몸값을 못 하거나, 과도한 지출로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처럼 대형 FA 영입은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 투자다. 실제 지난해 스토브리그의 ‘큰손’이었던 한화는 승자의 저주를 뼈저리게 겪었다.

 이제껏 초대형 계약을 한 선수 중 ‘잘 샀다’는 평가를 듣는 건 두산 장원준(31) 등 손에 꼽을 정도다. 4년 총액 84억 원에 두산 유니폼을 입은 장원준은 두산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4년 총액 84억 원에 SK에서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정우람(31)은 올해 평균자책점 3.33, 81이닝, 16세이브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SK에서 연봉 1억4000만 원의 박희수(31)가 정우람과 비슷한 성적(평균자책점 3.29, 54와 3분의 2이닝, 26세이브)을 거뒀다. 대형 FA일수록 투자 대비 효과는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SK로서는 정우람을 놓친 아쉬움이 크지 않았다.

 또 하나의 위험은 ‘나이’다. 구단들은 대형 FA들이 절정의 기량을 유지하길 바라지만 선수들의 노화 곡선은 제각각이다. FA 계약 시기는 대체적으로 선수의 신체적 능력이 극대화되는 시기(약 27세) 이후다. 이 때문에 FA 계약 이후 부상으로 몇 경기 못 뛰는 선수도, 최악의 경우 급격한 기량 저하를 보이는 선수도 있다.

 고액 계약이 팀 분위기에 끼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비슷한 성적을 거두고도 수십 배 많은 연봉을 받는 FA들을 보며 팀 동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fa#한화#승자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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