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국 축구의 위협’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9월 2일 1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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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동아일보DB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동아일보DB
- 시진핑 주석의 축구굴기 정책으로 리그와 대표팀에 대대적 투자 진행 중
- 중국 축구의 위협은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점 잊지 말아야

한국축구대표팀이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가진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A조) 홈 1차전에서 중국에 3-2로 승리했다. 한국은 상대전적 18승12무1패의 절대우위를 이어갔다. 그러나 왠지 찜찜한 승리다. 내리 3골을 넣어 낙승이 예상됐지만 후반 중반 내리 2골을 내줬다. 중국의 뒷심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중국은 시진핑(63)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축구굴기’ 정책에 따라 수년전부터 축구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 대표급 선수 중에서도 여럿이 슈퍼리그(1부리그)에서 뛰고 있고, 지난 6월에는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이 장쑤 쑤닝행을 결정하는 등 지도자들도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축구를 주름잡던 명장들과 수백억원대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 선수들도 즐비하다. 장쑤만 해도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출신 하미레스 등 외국인선수 4명 영입에만 1000억원을 넘게 썼다. 축구본고장 유럽은 물론 브라질에서 한창 잘 나가는 선수들도 중국 문을 노크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장들도 즐비하다. 2002년한일월드컵 때 브라질 대표팀을 이끌고 우승했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이끌고 있다.

몸값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슈퍼리그는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이미 세계 축구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더욱이 대표팀에 대한 투자를 보면 놀라울 정도다. 중국축구협회가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선수단에 제시한 포상금은 6000만위안이다. 우리 돈으로 약 101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돈이다. 1일 한국전에 대비해 일찌감치 대표팀을 소집했고, 전세기를 타고 와 서울 최고급 호텔에 머물렀다. 슈퍼리그는 정규리그 일정까지 조정하며 대표팀을 측면지원했다. 우리는 중국전을 위해 단 3일 훈련을 했을 뿐이지만, 중국은 무려 24일을 합숙훈련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월드컵에 나가고, 월드컵을 개최하고,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수차례 밝힐 만큼, 축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절대적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4월 축구 중장기 발전 계획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축구선수 5000만명 육성, 2030년까지 아시아 축구 제패, 2050년까지 세계 제패라는 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축구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가적 지원은 자연스레 팬들의 관심으로 이어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중국축구의 정책을 이끌어온 정·재계 인사들과 슈퍼리그, 갑(甲·2부)리그의 고위관계자 등 60여명은 한국전에 앞서 서울을 찾았다. 동참한 구단들만 53개에 달해 한국축구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시켰다. 이들은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여기저기 둘러보며 공부했다. 8월 31일에는 전북 완주군의 전북현대 클럽하우스를 찾아 최신식 인프라를 지켜봤고, 유소년 시스템 프로그램에 유독 더 큰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중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것은 2002년한일월드컵이 유일하다.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일구고, 9회 연속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는 우리와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중국 축구는 정말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3점을 뒤졌다 2골을 만회한 뒷심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아시아의 맹주’를 자임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뒤집어질지 모른다. 중국 축구의 위협은 미래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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