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고 유두열을 향한 야구계의 애도물결과 그리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9월 2일 05시 30분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1984년 롯데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 유두열 전 청주고 감독의 별세 소식을 들은 야구인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SK-넥센전이 열린 1일 고척 스카이돔. 넥센은 유두열 전 감독의 아들인 유재신이 현역으로 뛰고 있는 팀이다. 경기 전 염경엽 감독은 “사실 어제(8월31일) 아침에 (유)재신이를 대구에서 먼저 상경시켰다”고 밝혔다. 넥센은 이날 대구에서 삼성과 원정경기를 치렀다. 부친이 위독하다는 사실을 듣게 된 유재신을 배려해 임종을 지킬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염 감독은 “만약에 고비를 넘기셨다면, 재신이가 오늘부터 경기장에서 병원을 오가도록 하려고 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넥센은 이날 부친상을 당한 유재신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켰다. 삼우제까지 고인의 가는 길을 끝까지 지키도록 배려한 것이다.

맞은 편 덕아웃의 SK 김용희 감독은 고인과는 각별한 사이였다. 고인이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 역전 3점홈런을 칠 때 홈에서 함께 기쁨을 나눴던 주인공이다. 당시 3번 김용희와 4번 김용철의 연속안타로 만든 1사 1·3루 찬스에서 5번타자였던 고인이 우승을 가져오는 역전 결승 3점홈런을 쏘아 올렸다.

김 감독은 고인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정말 운동에 고집이 있는 선수였다. 나쁜 게 아니라 좋은 고집이었다. 운동에 관해선 자기와 타협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했다. 당시 몸이 제일 단단한 선수였다”고 추억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훈련을 자신과의 싸움으로 받아들여 누구보다 철저히 했던 선수로 기억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경남고 재학 시절부터 마산상고에 다니던 1년 후배 유 전 감독과 잘 아는 사이였다. 김 감독은 “마산으로 훈련도 많이 갔고, 군대에 있을 때도 대표팀도 같이 했다. 1년 후배지만 참 잘 따랐는데…”라며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 만남은 지난 4월5일 롯데의 홈 개막전 상대로 찾은 사직구장이었다. 당시 시구자로 나선 후배와 나눈 대화가 생생해 보였다.

한편 롯데 선수들은 이날 선배의 별세 소식을 듣고 사직 NC전에서 유니폼 왼쪽 소매에 근조리본을 달고 경기에 임했다. 사직구장에는 경기 전 추모영상이 나오고 선수들은 묵념해 고인을 기렸다. 치어리더 없이 응원전을 펼쳤고, 클리닝타임 때 진행한 라이팅쇼도 생략했다.

사직구장을 찾은 NC 김경문 감독은 “최동원 선배, 장효조 형 돌아가셨을 때 충격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또 야구계 큰 별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 안타까울 따름이다. 야구선수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1984년 롯데 우승의 또 다른 주역인 최동원 역시 암 투병 끝에 지난 2011년 별세했다.

1984년 한국시리즈 상대팀에서 고인의 홈런을 보며 준우승을 차지했던 삼성 김성래 수석코치는 “벌써 30년도 더 지났네. 세월이 많이 흘렀다. 1984년도에 김일융 선배 상대로 홈런 치던 장면이 생생한데…”라며 ”오랫동안 함께하진 않았지만, 굉장히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한다. 몸이 안 좋다는 얘길 들었는데 너무나 안타깝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고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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