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 갖고는 싸울 일 없는 서울·전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29일 05시 45분


상암|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상암|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무슨 소리? 안 된다고 전해!” “그 옷은 승률이 높잖아. 곤란해!”

원정팀이 홈 유니폼을 입고 싶다고 할 때 홈팀 관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얼핏 별일 아닌 듯 보인다. 그러나 순위 싸움에 민감할수록, 또 중요한 승부일수록 반대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행여 상대에게 유리할까봐, 아니면 징크스에 발목을 잡힐까봐 선뜻 응하지 않는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는 빅 매치가 많지만, 최근 수년간 줄곧 우승경쟁을 펼쳐온 FC서울과 전북현대의 대결만큼 흥미진진한 경기도 드물다. 그라운드에선 90분 내내 뜨거운 명승부가 펼쳐지고, 주로 벤치에서 시작되는 기 싸움 또한 치열하다. 양 팀 선수들도 ‘필승’을 외치며 젖 먹던 힘까지 모두 짜낸다. 그래도 서울과 전북은 K리그를 선도하고 있는 명문들답게 때로는 협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적어도 치졸하게(?) ‘유니폼 컬러’를 놓고 싸우는 경우는 드물다. 검정색과 붉은색이 혼합된 서울이나, 녹색의 전북이나 적어도 원정팀이 희망하는 특정 유니폼을 입지 못하도록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진 않는다.

K리그에서 유니폼 색상을 정할 때는 골키퍼 유니폼까지 고려해 먼저 구단끼리 협의가 이뤄지면 이를 경기감독관이 최종 승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4년부터 해당 구단들이 ‘유니폼 협의’를 하도록 했다. 끝까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때만 경기감독관이 최종 결정을 했는데, 대개는 홈팀의 뜻을 따랐다.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서울-전북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28라운드도 그랬다. 전북은 흰 색상의 원정 유니폼 대신 익숙한 홈 유니폼을 입는 것을 원했다. 항상 그래왔듯 서울은 흔쾌히 수용했다. 3월 전주에서 펼쳐진 올 시즌 정규리그 개막전 때도 서울은 홈 유니폼을 입었다. 7월 20일 서울의 홈경기 때는 전북이 흰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는 서울의 반대 때문이 아니라 홈팀 골키퍼와 원정팀 유니폼 색상이 비슷한 것을 우려한 경기감독관의 판단 때문이었다.

28일 시즌 3번째로 격돌한 서울과 전북 관계자들은 “유니폼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구단이 의외로 많다. 지도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 정작 구단이 먼저 반대할 때도 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펄쩍 뛰는 몇몇 팀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상암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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