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인 최다 득점, ‘돌아온 패트리어트’ 정조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0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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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연습중인 32세 나이에 전성기 누리는 프로축구 광주FC 정조국 선수가 환하게 웃으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 박영철 skyblue@donga.com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연습중인 32세 나이에 전성기 누리는 프로축구 광주FC 정조국 선수가 환하게 웃으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 박영철 skyblue@donga.com
“아들이 통화할 때마다 말해요. ‘티아고 선수는 지금 ○골’이라고. 그럴 때면 제가 ‘아빠와 티아고 선수는 몇 골차?’라고 되물었어요. 산수 공부 시키는 셈 친 거죠.”

얼마 전까지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서 득점 선두는 성남의 티아고(23)였다. 정조국(32·광주)의 아들 태하(6)는 티아고의 득점에서 아빠의 득점을 빼 보곤 ‘몇 골 남았다’며 좋아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정조국과 티아고의 득점이 같아졌기 때문이다.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받던 정조국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16일 울산과의 경기에서 시즌 13호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한 시즌 최다득점에 성공했다. 광주의 한 시즌 개인 최다 골 타이 기록이기도 하다. 올 시즌 18경기를 남겨둔 시점에 달성한 기록이다.

“지난해는 제 축구 인생에서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쓴 약을 많이 먹었어요. 체력도 기술도 자신 있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죠. ‘정조국은 끝났다’라는 얘기를 반박하고 싶어도 보여줄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안산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2014년 10월 K리그에 복귀한 정조국은 지난해 11경기에 출전해 1골을 넣는데 그쳤다. 총 출전 시간은 640분으로 경기 당 평균 60분이 안 됐다. 지난해 8월 아들이 갑자기 물었다. “아빠는 왜 안 뛰어?”

“큰 충격이었죠.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아파서 그런 거야”라고 했어도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조국은 솔직히 말했다. ‘아빠는 감독님의 선택을 받지 못해 못 나가는 것’이라고.

“평소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가르쳤는데 변명할 수는 없었죠. 감독의 고유권한인 선수기용을 탓하기보다 ‘문제는 나한테 있다’고 생각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죠.”

지난해 FC서울과의 계약이 끝난 뒤 정조국은 광주로 둥지를 옮겼다. 광주 남기일 감독(42)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결정이었다.

“많은 분이 만류했죠. 개인적으로는 재계약을 못할 것 같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서울에 남으면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옮기기 잘 한 것 같아요.”

남 감독의 세심한 배려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지 않은 정조국은 믿고 맡겨준 남 감독에게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고도 했다. 그런 이유로 최근 언론의 관심이 팀이 아닌 자신에게 쏠리는 게 부담이라고 말했다.

“아직 시즌 중반이잖아요. 개인적으로는 감독님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어 기쁘지만 제 득점이 많다고 좋아할 상황은 아닙니다. 광주가 상위 스플릿(6팀)에 포함되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서울 대신고 재학 시절 득점왕을 휩쓸었던 정조국이 2003년 FC서울에 입단했을 때 구단은 팬 공모를 통해 ‘패트리어트’라는 별명을 붙여 줬다. 2010년 전반기 3골에 그쳤던 그가 8월에 태하를 얻은 뒤 골을 몰아넣자 이번에는 팬들이 ‘분유 캄프’라는 별명을 지어 줬다. 축구 스타일이 닮은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데니스 베르캄프(47)의 이름에 아들 분유 값을 벌기 위해 열심히 뛴다는 의미를 더한 별명이었다.

“2010년은 가장 기억에 남는 해입니다. 태하가 태어났고 팀이 정규리그에서 우승했으니까요. ‘분유 캄프’라는 별명이 의미 있고 고마운 이유죠. 그래도 공격수 별명으로는 ‘패트리어트’가 더 낫지 않을까요. 하하.”

‘돌아온 패트리어트’는 충분히 위력적이다. 올해는 그에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새로운 해가 될지 모른다.

목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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