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도 스스로 선택해야 진짜 ‘공갈포’”…리그 최고 ‘선풍기’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9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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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도 스스로 선택해야 진짜 ‘공갈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주 “공갈포여, 영원하라!”고 외친 ‘베이스볼 비키니’를 보고 한 독자 분이 올린 댓글입니다. 맞습니다. 삼진이 부끄러움이 아닌 자랑이 되려면 방망이를 휘둘러 스스로 선택한 것이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야구에서는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르지 못하고 지켜 본 스트라이크(루킹 스트라이크)와 헛스윙 스트라이크를 따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해 프로야구 전반기 성적을 보면 가장 당당하게 삼진을 받아들인 타자는 KIA 김주찬(35)입니다. 김주찬은 전반기에 삼진 44개를 기록했는데 100% 헛스윙 삼진이었습니다. 올 시즌 세 번째 스트라이크를 모두 헛스윙 한 선수는 김주찬이 유일합니다.

김주찬은 올해만 유독 헛스윙 삼진 비율이 높은 게 아닙니다. 2014년부터 올해 전반기까지 기록을 보면 김주찬은 전체 삼진 150개 중 136개(90.6%)가 헛스윙 삼진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헛스윙 삼진율에서 90%가 넘는 타자 역시 김주찬 뿐이었습니다.

개수로 보면 SK 최정(29)이 71개로 올해 전반기에 헛스윙 삼진이 제일 많은 타자였습니다. 두 번째는 NC 나성범(27)으로 68개였습니다. 두 선수는 전체 삼진에서도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나성범이 86개로 1위고, 최정이 한 개 차이로 2위입니다. 두 선수는 삼진이 많다 보니 헛스윙 삼진도 많았던 것뿐입니다.

야구에서 삼진을 헛스윙 삼진과 ‘루킹 삼진’으로 나눠 보면 헛스윙 삼진이 75%, 루킹 삼진이 25% 정도 나오는 게 일반적입니다. 올 시즌 전반기에는 76.3%가 헛스윙 삼진이었고, 23.7%가 루킹 삼진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kt 전민수(27)는 퍽 특이한 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민수는 올해 전반기에 삼진 38개를 기록했는데 헛스윙 삼진이 18개, 루킹 삼진이 20개로 오히려 루킹 삼진이 더 많았습니다. 규정 타석 70% 이상을 출전한 타자 중에서 루킹 삼진이 더 많은 타자는 전민수 뿐입니다.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로 범위를 좁히면 두산 김재호(31)가 45.5%(헛스윙 삼진 18개, 루킹 삼진 15개)로 루킹 삼진 비율이 제일 높은 타자였습니다. 전민수나 김재호 모두 프로 데뷔 이후 빛을 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1군 무대에서 활약하는 지금도 공을 끝까지 보는 게 몸에 밴 건지도 모릅니다.

전체 투구 기록을 보면 넥센 박동원(26)이 가장 헛스윙을 즐겨하는 타자였습니다. 전반기에 박동원에게 상대 투수가 던진 공은 총 1037개, 박동원은 이중 15.9%에 해당하는 165개를 헛쳤습니다. SK 최승준(28)이 15.2%(847개 중 129개)로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공갈포 정신의 후계자’로서 손색없는 스윙을 자랑하는 선수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 좀더 과감하게 스윙을 해준다면 헛스윙 삼진율도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타자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공이 와서 맞았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니 헛스윙이 많다고 타자를 나무랄 필요는 없습니다. 헛스윙이나 루킹 스트라이크나 똑같이 스크라이크 한 개일 뿐이니까요.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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