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DL’ 필요한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27일 05시 45분


2군 내려도 보유권 박탈 없는 KBO
표적등판 꼼수 등 악용 가능성도


메이저리그에는 부상자명단이라는 게 있다. ‘DL(Disabled List)’로 불리는데, ‘부상 등의 이유로 25명의 메이저리그 출전 로스터에서 제외되는 선수 리스트’를 일컫는다. DL은 15일짜리와 60일짜리가 있다. 15일짜리는 25인 로스터에서는 빠지지만 40인 로스터에는 이름을 올린다. 60일짜리는 25인뿐 아니라 40인에도 제외되며 복귀가 길어지면 자유롭게 기간이 연장 가능하다. 구단으로서는 뛸 수 없는 선수를 25인 로스터에서 뺄 수 있어 좋고, 선수 입장에서는 부상으로 인해 마이너리그에 안 내려가도 되니 서로 손해 볼 것 없는 제도다. 최근 KBO리그에서도 부상자명단 제도 도입에 대해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KBO도 부상자명단 도입 여부에 대해 검토한 적이 있다. KBO가 처음 DL 도입을 고려한 것은 한 수도권구단의 A선수가 큰 부상을 당하면서였다. 프로야구선수협회는 당시 KBO에 부상자명단 도입에 대해 건의했고, KBO도 사안을 꼼꼼히 검토했다. KBO 관계자는 “선수협은 DL제도를 만들어 부상당한 선수들의 FA일수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고, 구단은 2군에 내리면 열흘을 기다려야하니 선수단 운영의 유동성을 위해 (제도의) 필요성을 피력했다”며 “그러나 제도의 악용 가능성이 다분하다. 검토는 하고 있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DL제도 도입은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차이점부터 이해해야 한다. 메이저리그에 DL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규정상 40인 로스터에 있는 소속 선수를 4번 마이너리그로 보내면 해당선수 보유권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인정되는 DL에 올려 선수를 보호하고, 빈 자리에 마이너리그 선수를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인 것이다.

KBO리그에서는 2군에 선수를 몇 번을 내린다고 해도 보유권이 박탈되지 않는다. 대신 구단은 5일 정도 휴식을 취하면 될 부상자를 2군에 내리면 열흘을 기다려야하고, 그렇다고 1군 엔트리에서 빼지 않으면 한 자리가 손해이기 때문에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KBO 관계자는 “(표적등판 등을 위해) 전략적으로 투수를 열흘짜리 DL에 올려놓고 며칠 만에 복귀시킨다든지, 내부적인 사정으로 부상당하지도 않은 선수를 DL에 올린다든지 하는 꼼수를 쓸 수 있다”며 “KBO가 부상 당한 선수의 몸 상태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악용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안전장치가 없다면 제도 도입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산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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