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을 딴 그들…‘육성선수’ 돌풍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29일 05시 45분


KIA 노수광-NC 김준완-LG 이천웅(맨 왼쪽부터). 사진|스포츠코리아·스포츠동아DB
KIA 노수광-NC 김준완-LG 이천웅(맨 왼쪽부터). 사진|스포츠코리아·스포츠동아DB
■ 제2의 김현수·서건창을 보다

KIA 노수광, 주전 중견수에 ‘리드오프’
NC 김준완, 10경기 타율 0.450 상승세
LG 이천웅, 퓨처스 타격왕 기세 이어


‘신고선수 신화’란 말이 있다. 신고선수라는 이름도 없던 시절엔 ‘연습생 신화’로 불렸다.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명포수 박경완(현 SK 배터리코치)이 있고, 가까운 시기엔 메이저리거가 된 김현수(볼티모어)나 신인왕과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넥센의 젊은 캡틴 서건창이 있다. 최근에는 명칭이 ‘육성선수’로 바뀌었다. 연습생에서 신고선수, 육성선수까지. 어감이 좋은 단어로 계속 바뀌고 있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이름조차 불리지 않은 이들을 향한 시선이 바뀌어가고 있다.

‘헬조선’이란 말이 유행하고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워진 시대상을 반영하듯, 많은 이들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이들의 성공 스토리에 감동한다. ‘육성선수 신화’는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프로 세계에서 지명순위는 ‘계급’과도 같다. 구단은 당연히 계약금을 많이 준 상위순번 선수들의 성장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계약금조차 없이 언제 방출될지 모른 채 입단한 이들에게 1군 무대 진입, 그리고 성공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다.

올해는 초반부터 육성선수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인상적이다. 특히 KIA 노수광(26)이나 NC 김준완(25), LG 이천웅(28) 등 새 얼굴들의 등장이 반갑다.

노수광은 청주고와 건국대를 졸업하고 2013년 한화 육성선수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트레이드는 그의 야구인생을 180도 바꿔놓았다. 최근엔 함께 트레이드된 오준혁이나 지난해 신인 김호령 등을 제치고 주전 중견수로 중용되고 있고, 리드오프로도 나섰다. 28일까지 14경기서 타율 0.356(45타수 16안타)·1홈런·5타점·10득점·4도루를 기록 중이다. 빠른 발과 업그레이드된 타격, 악바리 근성이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고려대 주장 출신인 김준완도 뒤늦게 빛을 본 케이스다. 프로 미지명의 고배를 마신 뒤 그동안 하던 야구를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훈련에만 매달렸다. 철저한 연구와 노력으로 기른 선구안 덕분에 최근 1번타자로 중용되고 있다. 김준완은 10경기서 타율 0.450(20타수 9안타)로 뛰어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천웅은 고려대 재학 시절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했다 실패를 맛봤다. 이 때문에 프로 지명도 받지 못했고,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에야 다시 타자로 돌아왔다. 이천웅은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퓨처스리그(2군) 북부리그 타격왕에 오르는 등 전환점을 마련했고, 복귀 첫 해인 올 시즌 LG의 주전 외야수로 자리 잡았다. 20경기서 타율 0.261(69타수 18안타)·2홈런·11타점·2도루를 기록 중인데, 꾸준히 주전으로 나가는 게 인상적이다. 또 노수광과 김준완처럼 최근 리드오프 기회를 잡았다.

이들은 등록선수 제한에 따른 편법이 아닌, 미지명의 아픔을 극복한 ‘진짜 육성선수’들이다. 출발점이 다르다는 핸디캡을 극복한 이들의 분전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