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우 감독 요청에 응답한 롯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3일 05시 45분


롯데 조원우 감독은 수비 안정을 위한 사직구장 흙 교체, 팀 배팅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전력분석 지원을 구단에 요청해 관철시켰다. 조 감독의 취임 이후 ‘이기는 야구’에서 ‘지지 않은 야구’로 방향을 선회한 롯데의 올 시즌 행보가 관심을 끈다. 조 감독(왼쪽 끝)이 스프링캠프에서 불펜피칭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조원우 감독은 수비 안정을 위한 사직구장 흙 교체, 팀 배팅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전력분석 지원을 구단에 요청해 관철시켰다. 조 감독의 취임 이후 ‘이기는 야구’에서 ‘지지 않은 야구’로 방향을 선회한 롯데의 올 시즌 행보가 관심을 끈다. 조 감독(왼쪽 끝)이 스프링캠프에서 불펜피칭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3억원 들여 사직구장 흙 전면 교체·2억원 호가 전력분석장비 구입

불규칙 바운드 없어야 안정된 수비 가능
1점이 절실한 접전 상황 통계의 힘 기대
달라진 프런트, 디테일야구로 변화 조짐

롯데 조원우(45) 감독은 지난해 10월 사령탑 부임을 수락한 뒤 롯데 프런트에 2가지 요청을 했다. “사직구장 흙을 바꿔달라”와 “전력분석을 강화해달라”가 그것들이다. 롯데는 주저하지 않고 실행에 옮겼다. 3억원을 들여 야구장 흙을 미국 동부지역에서 공수해와 전면 교체했다. 흙은 통관절차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품목이지만 롯데는 기어코 들여왔다. 2억원을 호가하는 전력분석장비도 구입했다. ‘뉴 롯데’의 방향인 안정된 수비와 전력분석을 통한 팀 배팅 강화를 위한 사전포석이다.

● 사직구장 흙 전면교체의 의도


조원우 감독은 롯데에서 코치를 해봤다. 자신을 불러준 양승호 전 감독의 경질 이후 롯데를 떠나 두산과 SK에서 코치로 일했다. 사직구장의 흙 상태가 얼마나 엉망인지 줄곧 지켜봤을 것이다. 롯데도 몰랐을 리 없다. 다만 정비작업만 했을 뿐, 누구도 책임지고 굳이 바꾸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롯데에 ‘디테일’을 입히려는,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공간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조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불규칙 바운드가 없어져야 한다. 그래야 내야수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수비를 할 수 있다. 성공 경험이 쌓여 수비 자신감을 가지면 더 잘할 수 있다.”

롯데의 미국 애리조나, 일본 가고시마 스프링캠프의 포커스도 수비였다. 좀처럼 간섭하지 않는 조 감독이지만, 수비훈련 때 어이없는 공을 놓치면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 이런 기조에서 적잖은 야구인들이 “가르쳐도 안 될 것 같다”고 비관했던 오승택이 유격수로 만들어지고 있다. “적어도 자멸하는 야구는 하지 말자”고 조 감독은 선수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과거의 롯데가 ‘이기는 야구’를 했다면, 조 감독은 ‘지지 않는 야구’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전력분석이 롯데야구로 스며든다!

디테일 야구를 향한 또 다른 증거는 전력분석 강화다. ‘홈런군단으로 포장된 야구로는 실속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끝에 내린 방향성이다. 접전에서 절실한 1점을 내려면 통계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롯데도 전력분석직원들이 노력을 해왔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꽤 있었다. 조원우 감독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고 보고, 비디오 기능을 강화하는 인프라 보강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선수들이 전력분석에 맞춰 잘 변화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번 따라가서 성공을 경험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선수들에게 정확한 근거를 제공해 공략 포인트를 잡아주면 따라온다”고 밝혔다.

롯데가 떠나보냈던 조 감독을 다시 불러온 현실 자체가 과거의 과오를 통감한 반성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롯데 내부에선 답을 찾기 어렵다’는 절박함도 읽힌다. 이런 기조에서 롯데 프런트는 조 감독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다. 여기에는 조 감독의 방향성에 대한 존중이 담겨있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 있다.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 이제 롯데는 변화의 여정을 향해 출발했다.

가고시마(일본)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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