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vs 유럽 첫 2파전… 개표 직전까지도 혼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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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과 반전의 FIFA 회장 선거

제9대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는 혼란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개표 직전까지도 당선자를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확실한 것 하나는 바레인 출신의 살만 빈 이브라힘 알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과 이탈리아계 스위스인인 잔니 인판티노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역대 FIFA 회장 선거에서 아시아 출신 후보가 유럽 후보와 2파전을 벌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해 10월 26일 등록이 마감됐을 때만 해도 둘 중 한 명이 FIFA 회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8명의 후보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FIFA가 지난해 12월 21일 플라티니 회장에게 8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리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먼저 두각을 나타낸 쪽은 살만 회장이었다. 그의 지지 기반은 기본적으로 아시아(46개국)와 아프리카(54개국)다. 두 대륙은 제프 블라터 전 회장의 텃밭이었다. 살만 회장은 지난해 5월 선거에서 공개적으로 블라터 지지를 선언했던 인물이다. 그러자 플라티니 회장이 낙마할 것을 대비해 입후보했던 인판티노 사무총장도 본격적으로 지지 세력 확보에 나섰다. 15년 동안 일해 온 유럽 축구의 중심 UEFA가 그의 지지 기반이다.

블라터 전 회장의 재임 시절부터 ‘반블라터 세력’의 선봉에 섰던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도 FIFA 개혁을 외치며 8월 플라티니 회장의 고국인 프랑스 파리에서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의 도전은 시작도 못해 보고 끝났다. FIFA가 10월 초 6년 자격정지의 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스위스 법원에 징계 효력을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고 후보 등록조차 할 수 없었다.

FIFA 회장 선거를 둘러싼 혼란과 반전은 지난해 5월 27일 스위스 경찰이 취리히의 한 호텔을 급습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총회 참석을 위해 호텔에 묵고 있던 FIFA 집행위원회 부회장 2명 등 7명을 체포해 협조를 요청했던 미국 연방수사국(FBI)으로 보냈다. 회장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라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FBI로부터 부패의 ‘몸통’으로 지목된 블라터 전 회장은 선거를 강행해 5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수사망이 자신을 향해 좁혀오자 나흘 뒤 자진 사퇴했다.

▼수장 바뀌지만… 뿌리깊은 부패 척결엔 회의적▼

선거 전 총회서 개혁안 전격 통과


수장이 바뀐 국제축구연맹(FIFA)이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26일 열린 FIFA 총회에서는 회장 선거에 앞서 개혁안이 논의됐다. 회장 등 주요 간부의 연봉을 공개하고 회장 임기도 최대 12년으로 제한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집행위원회의 폐지였다.

집행위는 제프 블라터 전 회장과 함께 ‘FIFA 부패의 구심점’으로 지목됐던 최고 의결기구다. 남자 성인 월드컵 개최국 결정(총회 표결)을 제외한 FIFA 주관 대회의 개최지 및 각종 분과위원회가 심의한 사안들이 여기서 결정된다. 회장 1명, 수석부회장 1명, 부회장 7명, 집행위원 16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된다. 회장을 중심으로 소수가 권한을 독점하는 구조인 탓에 부패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개혁안은 집행위 대신 투표를 통해 선출된 36명이 협의회를 구성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회장의 힘을 빼자는 의도다.

그동안 FIFA 회장은 ‘세계 축구 대통령’으로 부와 명예를 누렸다. 이런 권력은 ‘축구의 힘’에서 나왔다. 축구는 종합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유일한 종목이다. 1904년 설립된 FIFA의 회원국은 209개국. 유엔(193개국)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205개국)보다 많다.

브라질 월드컵이 열린 2014년 FIFA의 수익은 20억9600만 달러(약 2조5950억 원)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돈을 벌지만 FIFA는 비영리단체로 등록돼 세금을 내지 않았고, 회장의 연봉과 경비도 공개하지 않았다. 블라터 전 회장은 2006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봉이 100만 달러(약 12억 원)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4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FIFA가 개혁에 성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새 회장이 뽑혀도 FIFA의 뿌리깊은 부패 구조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투표권자 상당수는 개혁보다 현 체제 유지를 선호한다”고 보도했다. 블라터 전 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한 것도 문제다.

그는 최근 프랑스 라디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후보 5명 중 4명이 내게 연락을 했다”고 밝혔다. 블라터 전 회장이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로이터통신은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를 제외한 4명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레그 다이크 잉글랜드축구협회장이 “블라터가 지금 당장 선거에 나서도 50% 이상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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