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떠난 한상훈 “구단이 연봉지급 약속 어겼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2월 22일 05시 45분


전 한화 한상훈.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전 한화 한상훈.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2월초 잔여연봉 문제 해결 구두약속
육성선수계약 요구…부당한 관행 강제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된다. 후배들을 위해 움직이고 싶다.”

한상훈(35·사진)의 전화 속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가 13년간 몸담았던 한화를 떠나기로 최종 결정한 19일 오후였다. 지난해 11월 30일 한화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뒤 81일 만에 마음을 굳혔다. “한화와 계약하지 않기로 했다”고 운을 뗀 그의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했다.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련의 과정을 털어놓은 그는 “제2, 제3의 피해자가 아니다. 후배들을 위해 어떻게 움직일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 취재 결과 한화가 한상훈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11월 27일로 확인됐다. 명단 발표 3일 전이었다. 문제는 FA(프리에이전트) 계약기간이 남아있다는 점. 한상훈은 2013시즌이 끝난 뒤 4년 총액 13억원(계약금 3억원·연봉 2억원·옵션 2억원)에 계약했다. 계약 만료 시점은 2017시즌 후다.

한상훈은 2016∼2017시즌 동안 연봉(총 4억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도 이를 요구했다. 일단 잔여연봉 문제를 해결해야 타 구단 이적이나, 육성선수 계약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상훈은 지난해 12월 3일 “구단이 잔여연봉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했다”고 알렸다. 이 말만 믿고 일주일 뒤(12월 10일) 자비를 들여 하와이로 개인훈련을 떠났다. 그러나 12월 28일 귀국할 때까지 구단은 응답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그의 마음에 큰 생채기가 났다. 결국 한화와 루비콘강을 건너게 됐다. “야구를 계속할 수 있다면 육성선수도 상관없다”던 그가 한화를 떠나기로 결심한 시점이다. 잔여연봉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한상훈은 “구단에선 육성선수로 계약하자고 했지만, 나를 필요로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한화에선 (잔여연봉문제를) 해결해준 것이 없다. 언론을 통해서만 해결해줄 것이라 얘기했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한화와 계약해야만 해결해준다고 했다. 타 구단으로 간다고 해도 잔여연봉을 줄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구단에서 ‘팀에 꼭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잔여연봉 지급은 ‘우리(한화)와 계약할 때 얘기’라고 한다”며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고 육성선수로 돌리는 것이 관행이라고 하는데, 나를 떠나게 만든 것은 구단이다. 보류선수 명단 발표 3일 전에 통보했다. 마음이 풀어진 것도 아니다. 이미 떠나기로 결정했다. 구단에선 ‘돌아오라’고 하지만,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잔여연봉의 일시불 지급은 구단이 계약을 해지했으니 연봉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계약을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과정에서 말한것이다. 그 문제가 해결돼야 내가 빨리 다음을 준비할 수 있을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한상훈은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접 움직이겠다는 뜻도 불사했다. ‘FA 미아’ 현상을 완화한 이도형(현 NC 코치)의 사례도 언급했다. 한화 소속이던 이도형은 FA 자격을 채운 2010시즌 종료 후 FA를 신청했으나, 계약에 실패해 결국 유니폼을 벗은 바 있다. 당시 야구규약 161조 6항에는 ‘1월 15일까지 어떠한 구단과도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FA 선수는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된다. 단, FA 선수로 공시돼 자유계약선수가 된 경우 그 선수는 당해년도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었다. 이를 개정하기 위해 이도형은 서울지방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일부를 받아들였다. 그 덕에 이제는 1월 15일 이후에도 FA 선수들이 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 매년 논란이 됐던 ‘FA 미아’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한상훈은 “야구하는 후배들이 또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도형 선배 덕분에 후배 선수들의 환경이 좋아졌다. 나도 혜택을 봤다. 손해를 보더라도 나로 인해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야구할 수 있다면 괜찮다. 김선웅 변호사(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국장)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의해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들은 구단에 끌려가게 돼 있다. 누구든 정식선수에서 육성선수로 전환한다고 하면 납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육성선수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단번에 제의를 받아들이긴 힘들 것이다”고 강조했다.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은 향후 거취다. 규약상 자유계약선수 신분인 한상훈은 얼마든지 타 구단으로 이적할 수 있다. 한상훈은 “발목 부상도 회복됐다. 뛰는 것과 기술적인 훈련 모두 문제없다. 캐치볼도 충분히 했다”며 “은퇴는 아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뛰고 싶다. 야구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고 현역 연장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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