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8회 연속 진출 뒤에는…대한축구협회의 ‘이것’이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8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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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안방 팀 카타르를 꺾고 8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했다. 대회를 앞두고 ‘역대 최약체’라는 얘기도 들었지만 아니었다. 조직력은 물론 특히 선수 개개인의 기량도 과거에 비해 한층 향상되고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올림픽 본선 8회 연속 진출의 역사를 쓴 올림픽 대표팀의 이번 쾌거는 대한축구협회의 유소년 육성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협회의 유소년 육성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0년.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경험했던 한국 축구의 실패를 교훈삼아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며 유소년을 육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누고, 12세부터 15세까지의 남녀 우수 선수들을 발굴해 육성하는 유소년 상비군 제도를 채택했다. 유럽이나 남미처럼 유소년 저변이 아직 넓지 않은 국내 상황에서는 우수한 엘리트부터 집중 육성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또 이들을 지도할 유소년 전임 지도자들을 선발해 운영했다. 이광종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유소년 전임 지도자로 처음 뽑힌 것이 이때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저변을 넓히고 선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부하는 축구 선수’를 슬로건으로 2009년에 초중고 주말리그가 출범한 것이 그 결과다. 토너먼트 위주로 대회를 치르던 기존의 유소년 대회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바뀐 것이다. 주말 리그를 통해 기술축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두드러졌다. 이는 지역마다 클럽 팀이 크게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초중고리그 출범전인 2008년 전무했던 등록클럽 수는 지난 시즌 309개, 올해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0개월 가까이 진행되는 리그를 통해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훈련하는 문화가 정착됐음은 물론이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 역시 중·고교 시절 출범한 주말 리그를 경험하며 성장했다. 프로 선수가 되기 전부터 기술, 전술, 체력 관리 등에서 프로 선수와 비슷한 노하우를 습득한 것이다. 올림픽대표팀의 막내 황희찬(20·잘츠부르크)은 초등리그의 전신인 2008 동원컵 유소년리그 득점왕을 시작으로 2011년에 중등리그 최우수선수(MVP), 2013년 고등리그 MVP에 오르며 차근차근 존재감을 드러낸 케이스다.

또한 초중고리그보다 한 해 앞서 2008년 출범한 대학축구 U리그도 해가 갈수록 참가팀 숫자가 늘어나는 등 내실을 다져가며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이바지했다. 올림픽 대표팀 주전 골키퍼인 김동준과 카타르전에서 좋은 인상을 남긴 황기욱(이상 연세대) 등은 U리그에서 맹활약한 덕분에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됐다.

협회는 이에 머물지 않고 2014년부터 기존 유소년 상비군 제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정부의 스포츠토토 수익금 후원으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축구 기술 습득이 가장 빠른 11세부터 16세를 연령별로 세분화 한 육성 방식이다. 21개 지역센터→5개 광역센터→영재센터의 3단계로 운영된다. 과거 유소년상비군이 200여 명의 소수를 대상으로 했다면 골든 에이지는 각 지역센터 1700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잠재력을 지닌 전국의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올해부터는 전방위적인 선수 지원 프로그램 ‘스마트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훈련과 부상예방, 은퇴 후 진로 등 다각적인 방면에서 유소년 선수 육성에 힘쓸 계획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 2015년 아시안컵 준우승과 동아시안컵 우승,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 16강 진출에 이어 이번 올림픽 대표팀의 선전까지…. 최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유소년 육성 정책이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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