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수원FC, ‘추억의 구덕운동장’서 맞대결…어느팀에 응답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일 17시 11분


코멘트
‘구덕운동장의 추억, 어느 팀에 응답할까’

5일 프로축구 K리그 1, 2부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리는 구덕운동장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부산에서 축구의 성지로 통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축구 조별리그 경기가 이곳에서 열렸고,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때는 2만5000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과 이란의 축구 준결승전이 벌어졌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부산 아이파크의 전신으로 프로축구 출범 원년인 1983년부터 리그에 참가한 대우는 구덕운동장을 안방구장으로 사용하며 4차례(1984, 1987, 1991, 1997년)나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전성시대를 보냈다.

하지만 구덕운동장은 부산이 2003시즌부터 안방을 부산아시아드경기장으로 옮기면서 변방으로 밀려났다. 부산은 아시아드경기장으로 둥지를 옮긴 뒤 대부분 하위권에 머물렀다. 2011년 5위를 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지금은 구덕운동장을 한국실업축구연맹이 주관하는 내셔널리그의 부산교통공사가 안방으로 쓰고 있다. 그러다보니 경기가 열려도 관중은 300~400명에 불과하다.

챌린지(2부 리그)로 강등될 위기에 놓인 부산이 아시아드경기장이 아닌 구덕운동장에서 플레이오프 2차전을 치르기로 한데는 이유가 있다. ‘추억’이라는 콘텐츠로 중장년층 관중을 불러 모아 안방 경기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최영준 부산 감독은 “많은 팬들의 응원이야 말로 선수들을 한 발짝이라도 더 뛰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부산은 이미 구덕운동장 효과를 봤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지난달 22일 정규리그 마지막 안방 경기인 전남전을 구덕운동장에서 치렀다. 당시 평균 관중의 2배인 6079명이 경기장을 찾았는데 대부분은 중장년층이었다. 부산은 팬들이 한 명이라도 더 경기장을 찾을 수 있게 하려고 플레이오프 2차전 때는 입장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부산과 맞붙는 챌린지 수원 FC를 이끄는 조덕제 감독도 구덕운동장과 인연이 있다. 1988년 대우에서 프로 데뷔를 한 뒤 1995년까지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 맨’ 조 감독은 8시즌 동안 구덕운동장을 안방으로 삼아 뛰었다. 조 감독은 1989년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에서 수상했고, 1991년에는 우승컵도 들어올렸다. 조 감독은 “열심히 뛰었던 곳이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는 지도자로 2012년에 딱 한 번 구덕운동장에서 내셔널리그 경기를 치른 적이 있다. 현역 시절 많은 추억이 있는 곳에서 클래식 승격까지 꼭 이뤄내고 싶다”고 말했다. 2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부산을 1-0으로 꺾은 수원FC는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내년 시즌 클래식으로 승격한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