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권 장외발매소? 우리 동네 문화센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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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렛츠런 CCC’ 강좌 호응

렛츠런 CCC 서울 강남 지사가 3개월간의 리모델링 작업을 끝내고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지난해 11월 개관했다(위 사진). 렛츠런 CCC 서울 중랑 지사에서 주민들이 무료 통기타 강좌를 듣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렛츠런 CCC 서울 강남 지사가 3개월간의 리모델링 작업을 끝내고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지난해 11월 개관했다(위 사진). 렛츠런 CCC 서울 중랑 지사에서 주민들이 무료 통기타 강좌를 듣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충남 천안에 사는 최소연 씨(59)는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렛츠런 CCC(Culture Convenience Center·문화공감센터)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 평소 동양화를 그리는 것이 취미였던 최 씨는 2005년 한국마사회가 개최한 주부문화예술제에 렛츠런 CCC 천안 지사 대표로 출전해 노래로 동상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가수의 꿈을 키운 최 씨는 2012년 6월 음반도 냈다. 렛츠런 CCC 천안 지사 문화교실 회장을 맡아 요양원, 복지관 등에서 노래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최 씨는 “갱년기라 힘들던 시절 렛츠런 CCC가 가수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줘 고맙다. 어려운 이웃과 소외된 노인들에게 노래 선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렛츠런 CCC 경기 의정부 지사는 나이가 지긋한 바리스타를 배출하고 있다. 윤정자 씨(75)는 의정부 지사가 장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든 ‘마음쉼터’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윤 씨는 “바리스타 일을 한 뒤부터는 활력이 넘치고 무슨 일이든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렛츠런 CCC는 마권 장외 발매소의 새로운 이름이다. 한국마사회는 이름뿐만 아니라 기능도 고쳐 경마 베팅 기능을 최소화하고 지역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현명관 마사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른 것이었다. 현 회장은 지난해 12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한국마사회는 무조건 1인당 구매 금액을 높이는 ‘양적인’ 매출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이제는 이익과 사회적 책임의 비중을 4 대 6이나 3 대 7 비중으로 실현하는 ‘질적인’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부터 전국 30개 장외발매소에 지정좌석제를 도입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을 쏟아 왔다. ‘지역 상생’을 목표로 한 복합 문화공감센터로 변신하기 위해 각종 문화 강좌를 개설하고 경마가 없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동아리 시설과 공부방 등으로 쓸 수 있도록 시설을 개방했다. 반응은 기대를 넘어섰다. 2014년 한 해 동안만 이용객이 70만 명에 달했다.

렛츠런 CCC는 철저하게 지역 특성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 지역민 수요에 맞춰 강좌가 편성된다. 일반인들이 부담 없이 승마를 배울 수 있도록 한국마사회가 일정 비용을 지원하는 승마 교육이 특히 인기다. 초급, 중급 코스가 주중, 주말 반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론 수업과 실습을 통해 누구든지 승마에 입문할 수 있다.

이외에도 노래교실, 꽃꽂이교실, 영어교실, 댄스교실(전통무용·진도북춤·라인댄스·댄스스포츠 등) 등도 개설했다. 렛츠런 CCC 서울 강남 지사는 악기(기타, 바이올린, 플루트) 연주를 지도하는 강좌를 개설할 예정이다. 선릉 지사는 직장인을 위한 보컬트레이닝과 바리스타 교육을, 도봉 지사는 캘리그래피(손으로 그리는 그림 문자 예술)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강동 지사에는 단전호흡 강좌가 있다. 의정부 지사에서는 소년소녀합창단, 미술교실 등이 운영되고 있다. 렛츠런 CCC 용산 지사는 승마를 제외한 대부분의 강좌가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데 2015년 개장 이후 4월까지 이용객이 2만3000명에 이를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내장지방, 고지혈 등의 증세로 대사증후군 소견을 받았던 임혜경 씨(67)는 렛츠런 CCC 용산 건강교실에서 건강을 되찾았다. 임 씨는 “요가를 1년 동안 열심히 했더니 5월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고 의사한테 칭찬까지 들었다. 강좌를 통해서 건강도 찾고, 에너지까지 얻었다”고 기뻐했다.

용산 지사는 ‘교육특화 복합 문화공간’으로 또 한 번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가족형 교육 테마파크라는 주제 아래 시설을 자연친화 공간, 상상놀이 활동 공간, 창업과 실습 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렛츠런 CCC는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전국 30곳에서 5600개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경비, 미화 인력 외에도 PA(Park Assistant)로 236명을 채용했다.

한국마사회 박기성 상생사업본부장은 “렛츠런 CCC는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통해 감동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한국마사회의 노력을 상징하는 현장이다. 문화 강좌와 기부사업,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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