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떠난 현실자체가 형벌이지만 일본서 야구 공부하며 감내해야죠 리틀야구팀에 남몰래 재능기부 도움만 된다면 무엇이든 할겁니다 일본서 이대호와 만남…참 고마웠어요 감독 복귀요? 말도 안됩니다
잊혀진다는 것은 서러운 일이다. 양승호(55) 전 롯데 감독은 지금 은둔의 처신을 스스로 감내하고 있다. 늘 사람 사이에서 살아온 ‘미스터 친화력’ 양승호에게 정말 고독한 나날들일 것이다. 자숙의 시간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그 판단을 내리는 주체는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세상이 받아들일 때까지 양 감독은 ‘초야’에 묻혀 지낼 것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지내는 비관의 삶은 양 감독 성격에 맞지 않는다. “여태까지 해왔던 야구이니까…”라는 한마디 말 속에 야구밖에 없는 사람의 비감(悲感)이 읽힌다. 그는 한때 불미스러운 일로 영어의 몸이 됐었지만 지난해 8월 다시 세상 속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야구 속으로 들어왔다. 천상 야구인이었다. 양 감독의 심경을 2일 들어봤다.
●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야구공부
양 감독은 2월 초 일본 미야자키로 갔다. 소프트뱅크, 라쿠텐 등 일본 팀들 견학 차 간 것이다. 양 감독은 “집에서 계속 쉬기엔 따분했고, 국내 프로팀을 보러 가는 것은 우스운 거고…”라고 이유를 말했다. 귀국 날짜를 일부러 18일로 잡았다. 두산이 미야자키에 들어오는 날이었다. 당장은 한국야구계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으려는 양 감독의 의중이 담겨있다. 양 감독은 “(생각만 있으면 두산, 롯데와 만날 수 있었겠지만) 옛날 인연 있는 사람들한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일찍 나왔다”고 쓸쓸한 웃음을 지었다. 유일하게 만난 한국 팀이 kt였다. 라쿠텐을 따라다니다 때마침 평가전 상대가 kt라 얼굴을 본 것이다. kt 조범현 감독 등 코치진과 반갑게 안부를 주고받았다.
양 감독은 3월초 일본으로 다시 나간다. 일본의 시범경기를 보며 야구를 향한 갈증을 풀겠다는 생각이 배어있다. 양 감독은 “서울에 있으면 더 힘들다”고 말했다. 평생 야구인이 야구를 떠나 있어야 하는 현실 자체가 형벌일 것이다.
● 세상이 이해해줄 때를 기다리며
세상으로 돌아온 뒤 양 감독은 남몰래 재능기부를 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제주도에 갔다가 마침 리틀야구팀이 연습하는 것을 보고 한 수 가르쳐줬다. 앞으로도 “야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이르겠지만, 언젠가는 팬들이 용서하고, 이해해줄 것이고…. 여태까지 한 것이 야구이니까 공부는 하고 있다”고 지금을 견디는 원천을 고백했다.
● 결국 사람에서 답을 찾는다
은인자중하고 있어도 양 감독은 사람 속에서 답을 찾는 유형이다. 갇혀 지내지 않고, 운명을 개척하려는 생존력을 지니고 있다. 최악의 조건에서도 자기 세력을 만드는 양 감독의 친화력은 혈혈단신 부임했던 롯데에서 성적으로 증명됐다.
롯데 시절 제자였던 소프트뱅크 이대호는 양 감독이 힘들 때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할 존재다. “1월에 전화를 해서 (소프트뱅크 미야자키 캠프로) 넘어가겠다고 알렸다. (이)대호가 자기 스케줄도 바쁠 텐데 휴식일에 식사도 같이 하고, 프런트에 인사도 시켜주더라. 아이디카드까지 준비해줘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지난해 말 제주도에 갔을 땐 김응룡 한화 전 감독도 만났다.
양 감독은 롯데 구단 역사상 최고 승률(137승118패11무 승률 0.537) 감독이었다. 현재 한국야구의 돌아가는 상황에 관해 양 감독은 말을 아꼈다. 감독 복귀 가능성에 대해 양 감독은 “말도 안 되고…”라고 웃었다. 그러나 꼭 1군 감독이 아니라도 야구인 양승호의 쓰임새는 있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