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만 통하는 한국테니스 그만! 성인 무대서 우승 꿈 이루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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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년도 더 된 일이다. 1994년 윔블던 테니스 주니어 여자단식에서 전미라는 한국 선수로는 남녀를 통틀어 사상 첫 결승에 올라 마르티나 힝기스에 아깝게 패했다. 라이벌 관계로 주목받았던 전미라와 힝기스. 하지만 성인 무대에서 전미라는 이렇다할 성적을 못낸 반면 힝기스는 코트 여제로 군림했다. 힝기스는 1일 끝난 호주오픈 혼합복식에서 9년 만에 메이저 타이틀을 안았다.

한국 테니스는 이번 호주오픈에서 홍성찬이 주니어 남자단식 준우승을 차지하며 희망을 다시 밝혔다. 하지만 홍성찬에 앞서 메이저 대회 주니어 단식 준우승의 성적을 냈던 전미라를 비롯한 네 명의 행보를 보면 핑크빛 전망에 물들기 보다는 차분히 앞날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니어 레벨에서는 세계 정상급 실력을 보이다가도 성인이 된 뒤 금세 세인의 기억 속에 사라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005년 호주오픈 주니어 준우승자인 김선용의 현재 세계 랭킹은 1698위다. 당시 그와 우승을 다퉜던 도널드 영은 세계 64위에 올라있다.

테니스 스타 출신인 박성희 퍼포먼스심리연구소장은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올라갈 때는 기술 뿐 아니라 심리, 체력적인 부분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주니어 때 성적을 내면 상대에게 일찌감치 장단점을 읽혀 불리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미라는 “어릴 때 주위의 높은 관심에 따른 부담감이 오히려 경기력을 저해했다. 국내에 안주하지 말아야하고 자신보다 뛰어난 훈련 파트너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스포츠에서는 여전히 어려서부터 선수를 혹사시켜 수명 단축을 부추기고 있다. 지도자의 지시에만 따르는 수동적인 훈련 방식 강요로 선수들의 자율적인 성장을 막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 그래야 30대 중반에도 테니스를 즐기는 힝기스 같은 선수가 나올 수 있다.

한국 테니스는 2013년 윔블던 주니어 준우승자인 정현이 지난해 아시아경기 남자복식 금메달을 따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세계 랭킹 151위에 올라있는 정현과 함께 홍성찬은 몇 년 째 세계 100위 이내 선수가 없는 한국 테니스의 국제경쟁력을 되살릴 꿈나무가 분명하다. 이제 그들을 재목으로 키울 과제가 어른들에게 떨어졌다.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가 그 출발선이다. 20년 넘게 돌고 있는 쳇바퀴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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