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국내·외 분산 개최도 대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2월 10일 06시 40분


“국민정서와 안 맞아” “이미 공사 진행 중”
정부·조직위·강원도 분산 개최 불가 방침

강원도 재정난…인천AG 실패 재현 우려
국내 도시 분산 개최 등 효율성 고려해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8일(한국시간) 모나코에서 열린 제127차 임시총회에서 올림픽을 여러 도시·국가에서 분산 개최하는 내용을 담은 ‘어젠다 2020’을 통과시키면서 평창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는 토마스 바흐(61·독일) IOC 위원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개혁안이다. ‘올림픽 개최 비용을 절감하고, 지속 가능한 올림픽을 추구하자’는 관점은 세계적으로 대의를 얻고 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한 신축 경기장들 역시 막대한 건설비용과 사후 운영방안 부실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IOC는 평창동계올림픽의 분산 개최 시 1998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사용한 슬라이딩센터(썰매종목 경기장)를 유력한 후보지로 보고 있다. 슬라이딩센터에는 1200억원 이상의 신축비용과 연간 30억∼50억원의 관리비용이 든다. 그러나 정부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강원도 등은 “국민정서상 일본과의 분산 개최는 맞지 않다.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라 현실적으로도 분산 개최는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IOC의 문제의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 AG 개최하고 빚더미에 앉은 인천광역시

체육계 고위관계자는 “국민정서를 운운하기 이전에 인천아시안게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은 빚잔치로 끝났다. 인천광역시는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비롯해 17개의 경기장을 신축했는데, 여기에 소요된 비용은 1조7000억원이 넘는다. 이 중 4677억원(27%)은 국비지원을 받았지만, 약 1조2500억원(약 73%)은 시비로 충당했다. 인천시는 시비 전액을 지방채를 발행해 조달했다. 지방채의 원금과 이자를 모두 합하면 약 1조7500억원에 달한다. 이 채무가 정리되는 시점은 2029년이다. 인천시민들이 15년간 빚더미에 시달려야 하는 셈이다.

● 올림픽 관련 예산, 국비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

강원도의 지난해 재정자립도(21.6%)는 전국 최하위였다. 올림픽을 치르려면 중앙정부에 의지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 신축 경기장 건설비용의 75%, 개·폐회식장 건설비용의 50%를 국비로 부담한다. 그러나 11월 강원도의회는 ‘개·폐회식장 신축(약 800억원)에 대한 정부 지원을 75%까지 늘려주지 않으면 올림픽 반납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걸핏하면 ‘올림픽 반납’을 내거는 강원도의 여론이 IOC의 심기를 건드려 IOC가 평창조직위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체육계 고위관계자는 “개·폐회식장은 말 그대로 개·폐회식날 이틀간만 쓰는 것이다. 정부가 9월 제안한 대로 강릉종합경기장을 리모델링해 개·폐회식장으로 쓴다면, 300억원 정도로 예산을 줄일 수 있었다. 국민의 혈세를 가장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입장을 강원도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분산 개최? 정치적 논리보다 경제성·효율성 고려해야

그러나 국제종합대회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은 ‘효율성’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따라 진행된다. 인천아시안게임 준비 과정에서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인천 서구에 4900억원을 들여 건립한 아시아드주경기장이었다. 당초 정부는 인천시에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주경기장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관련 예산은 신축비용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지역 여론을 의식한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신축안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는 지자체의 재정파탄이었다.

효율성만 놓고 본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의 국내·외 분산 개최도 충분히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미 평창동계올림픽의 주요 예산이 국고에서 지급되고 있는 만큼 강원도만의 잔치로 한정시키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환경파괴 논란을 빚은 가리왕산 스키 활강경기장 건설을 중단하고 1997동계유니버시아드를 치른 무주리조트를 손질해 쓰자는 방안, 강릉에 짓는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대신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을 활용하자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개·폐회식을 서울의 대형경기장에서 치르자는 의견도 나온다. 동아대 정희준 교수는 “비용절감의 핵심은 나가노의 슬라이딩센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썰매종목을 나가노에서 치르는 대신 2020도쿄하계올림픽 정식종목의 일부를 강원도에서 개최한다면 실익도 있다. 이는 IOC와 충분히 협의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 @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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