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인사이드] 마이애미는 왜 스탠턴과 3억2500만달러에 계약했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20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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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3억 달러의 벽이 깨졌다.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역사가 새로 쓰이게 됐다. 올 시즌 37개의 대포를 쏘아올려 내셔널리그 홈런왕에 오른 마이애미 말린스의 지안카를로 스탠턴(25)이 18일(한국시간) 13년간 3억2500만달러(약 3580억원)에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미겔 카브레라가 올해 초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체결한 10년 2억9200만 달러의 종전 기록을 뛰어 넘은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7년이 지난 2020시즌 후 ‘옵트 아웃’ 조항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옵트 아웃은 선수가 구단의 남은 계약을 포기하고 다시 한 번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조건으로 타자로서는 전성기인 32세에 다시 한 번 빅딜을 성사시킬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 말린스의 노림수

2014시즌 말린스가 40인 로스터에 든 선수들에게 지불한 연봉총액은 4644만4000달러로 30개 팀 가운데 29위에 불과했다. 팀 내 최고연봉자는 스탠턴으로 650만 달러였다. 스탠턴에게 보장해 준 금액은 올 시즌 총 연봉의 약 7.5배에 해당하며, 그가 받게 될 연평균 2500만 달러는 올 시즌 말린스 연봉 총액의 절반을 넘는다.

스몰 마켓 팀으로 알려진 ‘짠돌이 구단’ 말린스가 스탠턴을 13년짜리 장기계약으로 묶은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무엇보다 중계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추세는 엄청난 중계권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LA 다저스의 경우 타임워너 케이블과 25년간 7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중계권 수입만으로도 선수들의 연봉을 거의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이다.

말린스는 스탠턴이라는 매력적인 스타를 앞세워 중계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푸에르토리코계 혈통인 스탠턴과 쿠바 출신의 에이스 호세 페르난데스를 앞세워 인기 구단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말린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파이어 세일을 두 차례나 실시했던 전례가 있다. 스탠턴과 장기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그 동안 쌓여져 온 구단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 최장기간, 최고액 계약

메이저리그에서 장기 계약을 체결할 때 금액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기간이다. 최근 FA 최대어 중의 하나로 꼽힌 포수 러셀 마틴은 시카고 컵스 입단이 유력하다는 보도와는 달리 고향팀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둥지를 틀었다. 컵스가 4년 6400만 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블루제이스는 계약기간 5년을 보장해 마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무리 초특급 선수라 해도 투수에게는 7년, 타자에게는 10년을 제시하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져 왔다. 지금까지 최장기간 계약은 토드 헬튼(은퇴)이 지난 2001년 콜로라도 로키스와 맺은 11년이다. 13년 계약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워싱턴 캐피털스의 알렉산더 오베츠킨이 유일하다. 2008년부터 2021년까지 1억2400만 달러의 조건에 계약을 맺은 오베츠킨과 스탠턴이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3억2500만 달러는 NBA 최고의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가 루키 시즌인 1996-97시즌부터 2015-16시즌까지 20년간 벌어들이게 될 연봉 총액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평균 연봉은 클레이튼 커쇼(3015만1500달러), 미겔 카브레라(2920만 달러), 알렉스 로드리게스(2750만 달러), 저스틴 벌랜더(2571만4286 달러)보다 낮다. 앞으로 스탠턴이 한 경기에서 벌어들이게 될 수입은 15만4321달러다.

● 메이저리그 연봉 인플레이션

전 세계 스포츠 역사상 최대 계약 톱10은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나왔다. NBA 최고연봉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의 장기계약을 능가하는 것은 29건이나 된다. 심지어 텍사스 레인저스의 유격수 엘비스 앤드러스도 현존하는 최고의 농구 선수 르브론 제임스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돈을 많이 받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우선 다른 종목과는 달리 메이저리그에는 샐러리캡이나 계약 기간 제한이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는 구단에게 부과되는 사치세만 있을 뿐 선수와 계약을 체결할 때는 아무런 규제가 없다. 두 번째로는 선수 노조가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초대형 계약이 가능하게 만든 인물은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를 이끌었던 마빈 밀러다. 베이브 루스, 재키 로빈슨과 함께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로 손꼽힐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그는 1966년 1만9000 달러에 불과하던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을 1982년 32만5000 달러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한 시즌 162경기를 치른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는 요소다. NBA는 82경기, NFL은 16경기에 불과하다. 그만큼 중계권 수입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연봉총액 1억 달러의 벽을 허문 것은 케빈 브라운이다. 1999년 다저스는 브라운에게 7년 1억500만 달러를 안겨 큰 화제를 모았다. 2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불과 2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2001년 텍사스 레인저스가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10년 2억5200만 달러의 빅딜을 맺은 것. 그리고 2014년 스탠턴은 사상 최초로 3억 달러의 사나이로 등극했다. 한편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에 장기계약을 체결한 추신수는 최대 규모 계약에서 NFL의 마이클 빅(뉴욕 제츠)과 함께 공동 34위에 랭크됐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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