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센터 양효진 부상재활 아시안게임에 맞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7월 29일 06시 40분


양효진. 스포츠동아DB
양효진. 스포츠동아DB
1일 개막 그랑프리대회 대체선수 안 뽑아
이선구 감독 “팀워크·신뢰로 본선행 노력”

배구협회-연맹 주도권 놓고 불협화음 여전
꿈나무 발굴·AG 남녀동반 금메달 걸림돌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국가대표가 빠져 썰렁할 줄 알았던 여자배구에 흥행돌풍의 바람이 불었다. 기존의 V리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기자기한 배구, 빠른 속공의 조직력 배구가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새 사령탑의 등장과 젊은 감독의 우승은 다가올 시즌의 기대치를 한껏 높였다. 이제 배구 팬의 눈은 경기도 화성에서 시작하는 그랑프리대회로 옮겨간다. 한국 여자배구의 국제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

● 2014그랑프리대회에서 국제경쟁력을 확인할 여자대표팀

한국여자배구가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을 테스트한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여자대표팀은 8월1일부터 3주 연속 벌어지는 2014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에 출전해 실전감각을 조율한다. 2013∼2014 V리그 여자부 우승사령탑 이선구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은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에도 출전하지 않고 훈련에 집중해왔다. 대표팀은 2012 런던올림픽 4강의 주역들과 V리그의 주축, 고교 3년생 쌍둥이 자매가 조화를 이뤘다. 젊고 빨라졌다. 이 감독이 소속팀 GS칼텍스에서 추구했던 스타일이 바로 스피드 배구다.

그랑프리대회는 국제배구연맹(FIVB)이 세계여자배구의 활성화를 위해 만들었다. 1993년 창설해 해마다 벌어진다. 전 세계 28개 국가의 대표팀이 200만 달러(약 20억5000만원)의 우승상금을 놓고 기량을 겨룬다. 한국은 제1그룹(12개 나라)에 속했다. 한국 브라질 중국 도미니카 독일 이탈리아 일본 터키 미국 러시아 세르비아 태국과 같은 그룹이다. 한국은 독일 태국 세르비아와 화성(8월1일∼3일)에서 예선 1주차 경기를, 브라질 마카오에서 예선 2,3주차 원정경기를 벌인다. (표 참조) 2주차 브라질 원정이 일정상 가장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종결선은 8월20일부터 24일까지 도쿄에서 벌어진다. 1그룹 상위 4개 팀 안에 들어야 결선에 나간다.

● 안타까운 센터 양효진의 부상 위기 신뢰로 넘긴다

그동안 충실히 훈련해오던 대표팀은 양효진(현대건설)의 부상으로 바빠졌다. 훈련 도중 왼쪽 손에 부상을 당했다. 인대부상으로 깁스를 했다. 이 감독은 “남자고등학교와 연습경기 도중 상대의 강한 공격을 막다 인대에 이상이 생겼다”고 했다. 화성대회와 브라질 원정 때까지 출전은 어렵다.

양효진은 마카오 원정에는 반드시 출전하겠다고 의지를 다지지만 이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충분히 재활치료를 시켜서 아시안게임 때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체선수도 뽑지 않기로 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한 12명의 엔트리가 결정된 상황에서 다른 선수로 바꿔봐야 새로 대표팀에 들어온 선수가 얼마나 의욕을 보일지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양효진은 깁스를 한 채 대표팀과 동행하며 체력훈련을 계속하고 팀의 경기도 지켜보기로 했다. 이 감독은 “이번 대표팀은 팀워크와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양효진을 제외한 11명의 선수가 더욱 힘을 내줄 것으로 기대한다. 배구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좋은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 본선에 진출하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 대한배구협회, 초등학교 배구대회 창설에 제동 걸어

그랑프리 대회를 앞두고 벌어진 대한배구협회의 이런저런 사정은 심각하다.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 대회 운영자금이 부족하다. 화성시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후원이 있지만 그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2014 월드리그 때도 삼성화재의 스폰서가 없었으면 큰 일이 날 뻔했다.

협회는 지방자치단체의 대회유치금을 기대하며 협상을 벌였지만 지방선거와 일정이 겹치면서 무산됐다. 대회의 흥행을 위해 서울에서 경기를 벌이려던 방안도 경기장 사용료가 비싸 취소했다. 화성으로 결정한 이유다. 결국 대한배구협회는 한국배구연맹(KOVO)에 1억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OVO의 반응은 차갑다. 우선 프로구단의 단장모임인 이사회에서 지원안을 통과시켜줘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또 다른 이유는 KOVO가 의욕을 가지고 추진하는 유소년배구대회를 놓고 협회가 협조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KOVO는 배구저변을 넓히고 V리그 꿈나무를 발굴하기 위한 장기사업의 하나로 초등학교 배구대회를 창설하려고 했다. 한국초등연맹과 상의도 마쳤다. 초등연맹은 김천시와 8월 중에 치르기로 약속까지 했다.

그러나 대한배구협회가 제동을 걸었다. 산하연맹의 새로운 대회는 협회의 추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있다. 이 과정에서 인준을 해주지 않았다. 프로연맹이 주최하는 대회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협회의 생각이다.

KOVO는 대한배구협회와 공동주최도 좋다고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KOVO는 초등연맹에서 주관하는 기존대회에 자금을 후원하는 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유소년 배구교실과 함께 새로운 엘리트 선수를 위한 대회를 만들어 배구 붐을 조성하고 꿈나무를 발굴하겠다는 KOVO의 장기계획은 실행되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이런 처지에 협회는 연맹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그동안 인천아시안게임 남녀동반 금메달 획득을 위해 협회와 연맹이 협조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가자는 말은 있었지만 실행 단계에 들어서면 이렇게 불협화음이 나온다. 여전히 명분과 주도권을 놓고 다투기만 할 뿐 협조는 없다. 현명하지 못한 두 조직의 밥그릇 다툼에 배구저변은 줄어들고 꿈나무 발굴은 먼 나라 얘기가 됐다.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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