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인사이드] 컷패스트볼…공포의 마구인가? 만만한 먹잇감인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5월 30일 06시 40분


■ 갈수록 인기 커터의 명과 암

‘알고도 못치는 공’ 리베라 성공 후 선수들 구사율 증가
은퇴 할러데이 38%…다저스 4선발 해런도 38%가 커터
직구보다 느린 구속…어설플 땐 타자들의 좋은 먹잇감

커터 또는 컷패스트볼이라 불리는 공을 가장 위력적으로 던진 선수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양키스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였다. 그가 던진 공의 70% 이상은 컷패스트볼. 타자들은 어떤 공을 던질 것인지 알고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였다. 특히 좌타자의 경우 똑바로 들어오다 몸쪽으로 볼이 휘어지기 때문에 배트 손잡이 부분에 맞아 방망이가 부러지는 일이 많았다. 지난 2001년엔 리베라의 커터에 부러진 방망이는 무려 44개나 됐을 정도다. 1999년 월드시리즈에서 리베라를 상대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슬러거 라이언 클레스코는 한 타석에서 방망이가 3개나 부러진 적도 있었다. 리베라의 커터가 다른 선수보다 위력적인 이유는 바로 월등히 긴 손가락을 이용해 볼에 스핀을 더 많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커터를 주무기로 앞세운 리베라는 통산 652세이브라는 불멸의 기록을 수립했다.

메이저리그 전체를 놓고 보면 2004시즌에는 컷패스트볼의 구사 비율이 고작 1%에 불과했다. 리베라의 성공 스토리가 이어지자 2010년에는 4.7%로 치솟았고, 2011년 이후로는 5.7%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 이후 한 시즌 최소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는 18명뿐인데, 그들이 커터를 던진 비율은 약 20% 정도나 됐다. 다시 말해 특급 투수라면 반드시 장착해야 할 필수 구종이 바로 커터인 것이다.

최근 은퇴를 한 로이 할러데이는 커터를 38.1%나 구사했다. 패스트볼 계통은 대부분 투심패스트볼을 던졌다. 똑바로 들어오는 직구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현재 LA 다저스의 4선발로 활약하고 있는 댄 해런은 37.7%가 커터다.

박찬호도 뉴욕 양키스에서 잠시 뛰었을 때 리베라로부터 커터 던지는 법을 배웠을 만큼 매력적인 구질로 자리매김했다. 박찬호는 전성기 시절 빠른 슬라이더와 느린 슬라이더를 모두 구사했다. 커터는 박찬호의 빠른 슬라이더와 매우 유사한 볼이었다. 다저스의 켄리 잰슨도 커터를 정교하게 가다듬어 지난 시즌부터 다저스 마무리투수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커터는 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중간이라고 여기면 된다. 슬라이더보다 횡으로 휘는 폭은 적지만 스피드는 포심패스트볼보다 조금 느리기 때문에 방망이에 맞춘다 해도 빗맞은 땅볼이 나오기 일쑤다.

그렇다면 이처럼 위력적인 마구로 보이는 커터를 좀 더 많은 투수들이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커터가 횡으로 휘는 움직임이 없이 홈플레이트로 들어올 경우 장타로 연결되기 쉽기 때문에 이 구질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주무기로 삼기 힘들다.

잰슨은 지난 시즌 76.2이닝을 던지면서 48개의 안타만 허용한 반면 무려 111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시속 90마일대 후반(150km 후반)의 포심패스트볼과 90마일대 중반(150km 초반)의 커터 위주로 타자들을 윽박지른 결과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제2의 리베라’가 나왔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29일(한국시간) 현재 24이닝 동안 홈런 2방을 포함해 23개의 안타를 내줬다. 삼진이 39개나 될 만큼 구위는 여전히 위력적 이지만 방어율이 지난해의 1.88보다 월등히 높은 3.75나 된다. 이는 제구력이 떨어진 데다 지나치게 높은 커터 구사 비율이 상대 타자들에게 간파돼 오히려 독이 됐다는 방증이다.

아무리 다양한 변화구가 개발된다 해도 타자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요리할 수 있는 무기는 뭐니 뭐니 해도 제구가 이루어진 강속구라 할 수 있다. 공이 제대로 휘어지지 않고, 직구보다 시속 2∼3마일(3∼5km) 스피드가 덜 나오는 커터는 오히려 타자들의 좋은 먹이 감이 된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