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거 野]제2의 추신수 꿈꾸는 황금사자 주역들에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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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이 결승전만 남겨 놨다. 대회 기간 동안 목동과 잠실구장에는 망원경과 스피드건으로 무장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여럿 눈에 띄었다. 그들이 눈여겨봐 온 서울지역 고교의 투수와 수도권 고교의 야수가 계약만 남겨뒀다는 얘기가 들린다.

▷고교 선수와 메이저리그 구단의 계약은 2008, 2009년(8명)이 절정이었다. 14명의 고교생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국내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을 막기 위해 관련 규정을 정비했다. 너도나도 미국으로 가려는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후 계약 건수는 급감했다. 2010년과 2011년 한 명씩으로 줄었고, 최근 2년 동안에는 아예 없었다. 그러다 올해 다시 ‘메이저리그의 공습’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선수들도 늘었다. 국내 프로구단의 한 스카우트는 “최근 신인 계약금이 예전에 비해 줄어든 데다 텍사스의 추신수와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맹활약하고 있는 게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꿈과 부를 위해 더 큰 무대로 눈을 돌리는 것은 아름다운 도전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야구선수로 성공하는 것은 가능성과 패기만으로는 될 수 없다. 김인식 전 대표팀 감독은 “미국 간다고 메이저리거가 되는 게 아니다”라는 말로 깔끔하게 정리한다. KBO에 따르면 2001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류제국(당시 덕수정보고·현 LG) 이후 미국으로 간 21명의 고교선수 중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선수는 한 명도 없다. KBO 관계자는 “그중에는 팀에서 방출돼 국내 복귀를 알아보고 있는 선수도 꽤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마이너리그의 가장 아래 단계인 루키리그에도 국내에서는 ‘초고교급’으로 평가받을 기량에 체격까지 큰 선수들이 즐비하다. 체계적인 훈련과 보살핌 없이 이들과 경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말도 안 통하고 친구도 없다. 먹는 것도 부실하다. 자칫하면 ‘유일한 자산’인 몸이 망가지고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을 수 있다. 병역을 해결하는 것도 국내보다 훨씬 어렵다.

▷어린 선수이기에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어리기에 아직은 관심과 보살핌이 꼭 필요하다. ‘몇 년 고생하면 추신수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은 근거 없다. 수십만∼수백만 달러의 계약금이 당장은 커 보이지만 몇 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생활하다 보면 남는 게 없다. 이 정도는 국내에 남아도 같은 기간 동안 충분히 만질 수 있는 돈이다. 국내 프로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으면 류현진처럼 수천만 달러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미국행을 결정한다면 선수는 불굴의 의지와 뼈를 깎는 노력으로, 가족은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자신들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꼭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황금사자기#메이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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