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변해야 K리그가 산다” 단내나게 달리는 심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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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겨울훈련지 가보니

2014년 K리그에서 녹색그라운드의 ‘포청천’으로 활약할 심판들이 24일 제주 서귀포시 공천포 전지훈련센터에서 본격적인 시즌 개막을 앞두고 훈련에 열중하고있다. 서귀포=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2014년 K리그에서 녹색그라운드의 ‘포청천’으로 활약할 심판들이 24일 제주 서귀포시 공천포 전지훈련센터에서 본격적인 시즌 개막을 앞두고 훈련에 열중하고있다. 서귀포=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선수 시절 이후로 이렇게 훈련을 많이 하기는 처음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심판들의 겨울훈련지인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서 24일 만난 서동진 심판(39)은 “훈련량이 아마추어 심판 때와는 비교도 안 된다. 오전 오후 훈련에 저녁식사 후 이론교육까지 이렇게 빡빡한 훈련 일정은 대학 때 이후로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심판들을 대상으로 경기 분석 강의를 한 이영철 심판위원은 “프로 심판이 ‘못 봤다’고 하는 건 핑계다. 정확히 판정하려면 가까이서 봐야 하고 그러려면 많이 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후반 90분 동안 많이 뛰는 심판은 14km 정도 달린다. 선수는 12km 정도를 뛰면 활동량이 아주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아마추어 내셔널리그 심판을 본 서 심판은 프로축구연맹이 올해 선발한 13명의 신입 ‘판관’ 중 한 명이다. 연맹이 심판을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뽑은 적은 거의 없었다. 매년 전체 심판(46명)의 10% 정도인 네다섯 명만 퇴출시키고 그만큼을 새로 뽑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종료 후 체력과 경기 운영능력이 떨어지고 오심이 상대적으로 잦았던 심판 11명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심판의 자질 검증을 위한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년(50세)이 다 돼 휘슬을 놓은 2명의 고참 심판까지 전체의 4분의 1 이상이 물갈이됐다.

연맹은 올해부터 심판 선발 방식도 바꿨다. 지난해까지는 대한축구협회가 추천하는 심판을 그대로 채용했다. 그러다 보니 실력과 상관없이 학연, 지연, 인맥 같은 연줄이 채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가 드문드문 나왔다. 올해 연맹은 축구협회로부터 2배수의 추천을 받기는 했지만 6∼11일 서귀포에서 경기 진행능력과 체력 등을 자체 평가해 26명 중 13명을 뽑았다.

이운택 연맹 심판위원장은 “능력 있는 심판을 뽑으려면 경쟁 과정을 거치는 게 맞다. 또 이렇게 뽑으면 아마추어 심판들도 ‘능력만 있으면 우리도 프로 심판이 될 수 있구나’ 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래야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K리그 심판의 계약 기간은 리그가 열리는 10개월(3∼12월)이다. 매년 체력 테스트와 경기 수행능력 평가를 받고, 재계약에 실패하면 옷을 벗는다. 모든 심판에게는 3월부터 11월까지 매달 100만 원의 체력단련비가 지급되고, 경기수당은 A급 주심이 180만 원을, A급 부심이 93만 원을 받는다. 체력단련비와 경기수당을 합친 K리그 심판들의 평균 연봉은 3700만 원가량이다. 가장 많이 받는 심판은 7800만 원 정도다.

서귀포=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한국프로축구연맹 심판#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K리그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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