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고척돔은 지금 ‘고민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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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26일 07시 00분


동대문야구장을 허물면서 아마추어 전용 대체야구장으로 신축되고 있는 고척돔이 여전히 서울시를 진퇴양난에 빠트리고 있다. 막대한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는, 뾰족한 활용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주인을 찾지 못해 건설이 늦춰지고 있는 고척돔 외부의 골조구조가 안양천 건너편에서도 뚜렷하게 보인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동대문야구장을 허물면서 아마추어 전용 대체야구장으로 신축되고 있는 고척돔이 여전히 서울시를 진퇴양난에 빠트리고 있다. 막대한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는, 뾰족한 활용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주인을 찾지 못해 건설이 늦춰지고 있는 고척돔 외부의 골조구조가 안양천 건너편에서도 뚜렷하게 보인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고척돔,길을 잃다

완공 1년 앞두고 주인 못찾아…국내 첫 돔구장 꿈 ‘가물가물’

1. 유지비 일반구장 3배…프로야구만이 해답
2. 서울 3개팀 “홈구장 옮길 이유 없다” 난색


장마철이다. 비로 취소되는 경기가 갈수록 늘어난다. 프로야구 팬들의 아쉬움도 그만큼 크다. 날씨와 관계없이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돔구장의 필요성이 다시 고개를 든다.

그러나 국내 최초의 돔 형식 야구장을 선언한 고척돔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과연 예정대로 무사히 닻을 올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에 스포츠동아는 완공을 1년 앞둔 고척돔의 진행 현황과 향후 활용 방안에 대해 긴급 취재했다.

고척돔은 서울시가 예산 2000억원을 들여 서울 구로동 부지에 짓고 있는 국내 최초의 돔 야구장이다. 당초 올해 12월 완공이 목표였다. 그러나 공사가 점점 늦어지면서 현재 70% 가량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완공일도 자연스럽게 내년 하반기로 미뤄졌다. 야구계에선 “고척돔이 아직 적절한 주인을 찾지 못해 최대한 완공일을 늦추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돔구장은 일반구장보다 건설비용은 물론 유지비용까지 3배 가량 더 든다. 당연히 프로야구 경기처럼 고정적 수입원이 있어야 원활한 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고척돔에서 시즌을 치르고 싶어 하는 프로구단이 없다는 사실이다. 잠실구장을 나눠 쓰는 LG와 두산은 물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넥센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들 3개 구단은 “서울시 측에서 고척돔을 사용해달라는 요청을 공식적으로 받은 적이 없어 공식적 입장을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잠실구장 운영관리본부의 관계자 역시 25일 “설사 제안이 들어온다 해도 최적의 구장을 사용하고 있는 LG와 두산이 굳이 홈구장을 옮길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넥센도 마찬가지다. 2008년 프로야구 입성과 동시에 목동구장을 1일 대관 형식으로 빌려 6년째 사용해왔다. 넥센 구단 관계자는 “2008년부터 목동에 뿌리를 내렸고, 지금은 이 곳에서 결실을 다지려는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앞으로도 ‘목동의 프랜차이즈 팀’으로 남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최초의 돔구장 사용팀’이라는 화려한 명패보다, 어렵게 다진 팬 베이스를 유지하고 넓혀나가는 게 낫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목동구장을 좀더 팬들이 찾고 싶은 야구장으로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평행선이다. 기존 프로구단들은 홈구장을 옮길 이유가 없고, 고척돔은 프로야구 없이 엄청난 유지비용을 감당할 길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서울시에서는 지방의 제2구장들처럼 LG, 두산, 넥센의 홈경기를 일부 유치하는 대안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가 복잡하다. 잠실·목동구장 임대와 시즌 광고 계약을 비롯한 여러 복잡하게 얽혀 있다. 야구계 안팎의 기대 속에 화려하게 터를 잡은 고척돔. 그러나 여전히 거대한 애물단지가 될 위기에 놓여 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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