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K서 맞혀잡기 달인으로… 괴물의 6월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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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L 두달 류현진의 투구패턴 변화
4월엔 탈삼진 많은 파워피칭… 5월 체인지업 줄었지만 위력 세져
바깥 속구 활용해 범타 유도 늘어나

보통 투수를 구분할 때는 구위를 앞세워 삼진을 많이 잡는 ‘파워 피처’와 상대 타자 타격 타이밍을 빼앗아 맞혀 잡는 ‘피네스(finesse) 피처’로 나눈다.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더 몬스터(The Monster)’ 류현진(26)은 어떤 유형일까.(다저스는 류현진에게 ‘더 몬스터’라는 공식 별명을 붙여줬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 달인 4월에 9이닝당 삼진 11개를 잡아내는 전형적인 파워 피처였다. 그러나 5월에 이 기록은 5.6개로 줄었다. 그 대신 범타 처리율(페어 지역으로 날아간 타구를 야수들이 아웃으로 처리한 비율)은 68.5%에서 76.2%로 좋아졌다. 피네스 피처로 변신한 것이다.

이런 변신은 구종 선택에서도 드러난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속구(직구) 비율. 4월에는 류현진의 전체 투구 중 49%가 속구였지만 5월에는 57%로 늘어났다. 반대로 체인지업은 줄었다. 특히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던진 체인지업이 4월에는 32%였지만 5월에는 21%로 뚝 떨어졌다.

오른손 타자들이 류현진의 공을 받아친 위치, 구종을 표시한 그래픽. 4월에는 바깥쪽 속구가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 내지 못했지만, 5월에는 바깥쪽 속구를 더해 범타 처리율을 높였다. 타자들이 류현진의 바깥쪽 속구나 체인지업을 때렸을 때 타율은 0.114(35타수 4안타)밖에 안 됐다. 자료: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오른손 타자들이 류현진의 공을 받아친 위치, 구종을 표시한 그래픽. 4월에는 바깥쪽 속구가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 내지 못했지만, 5월에는 바깥쪽 속구를 더해 범타 처리율을 높였다. 타자들이 류현진의 바깥쪽 속구나 체인지업을 때렸을 때 타율은 0.114(35타수 4안타)밖에 안 됐다. 자료: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그렇다고 승부구로서 체인지업 위력이 줄어든 건 아니다. ‘희소성’이 높아지자 체인지업은 더 효과적인 무기가 됐다. 류현진이 체인지업을 던졌을 때 피안타율은 4월에는 0.245였지만 5월에는 0.050(20타수 1안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류현진은 정형화된 투구 패턴을 보였다. 체인지업은 바깥쪽, 속구는 안쪽이었다. 그러나 5월에는 바깥쪽 속구가 늘어나면서 타자들이 바깥쪽 공에 타이밍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그래픽 참조).

체인지업을 던질 때 팔 각도를 바꾸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김정준 SBS-ESPN 해설위원은 “최근 류현진의 투구 동작을 보면 속구는 위에서 내리꽂듯이 던지지만 체인지업은 (팔 각도를 내려) 스리쿼터 형태로 던진다”며 “이렇게 던지면 체인지업이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휘어 나가 팔이 긴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대처하기 어려워진다. 이 덕에 바깥쪽 속구도 살아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스타일을 바꾸면서 월간 평균 자책도 4월 3.35에서 5월 2.38로 좋아졌다. 류현진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뛴 7년 동안 5월(3.80)보다 6월(2.69) 평균 자책이 좋았던 투수다. 미국에서 맞이하는 첫 6월에는 어떤 변신으로 이 기록을 이어갈지 궁금하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류현진#파워 피처#피네스 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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