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피칭 X파일] 마운드 ‘외란’…토종 영건들 설 자리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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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30일 07시 00분


1. SK 새 용병 세든 2. 윤석민 3. 김광현 4. 윤성환 5. 양현종.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1. SK 새 용병 세든 2. 윤석민 3. 김광현 4. 윤성환 5. 양현종.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용병투수 맹활약 그 이면

203cm 니퍼트·162km 리즈 등
용병투수들 해마다 성적 쑥쑥
새얼굴 세든 밴덴헐크도 위력

2008년 이후 입단한 토종선수 부진
10승투수 전무…선발진입도 힘들어
구단마다 ‘차세대 에이스’ 고민


페넌트레이스 초반 외국인투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방어율, 다승, 탈삼진 등 각 부문의 상위 10걸 중 절반 이상을 외국인투수들이 채우고 있다. 세든, 레이예스(이상 SK), 옥스프링(롯데), 밴덴헐크(삼성), 찰리(NC) 등 새로 한국에 온 투수들의 공이 위력적이다. 나이트, 밴 헤켄(이상 넥센), 니퍼트(두산), 바티스타(한화), 유먼(롯데) 등 기존 멤버들도 강세다. 앤서니(KIA)를 제외한 18명이 선발이고, 대부분 각 팀의 1·2선발이다. 지난해 외국인투수들은 다승 10걸에서 무려 8자리를 차지했다. 1998년 외국인선수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10승 외국인투수가 10명을 넘어설 기세다. 배영수, 윤성환(이상 삼성), 양현종(KIA) 등이 국내파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지만 수적으로 외국인투수들에게 밀리고 있다. 이처럼 류현진(LA 다저스)이 떠난 국내무대는 시즌 초반 외국인투수들이 점령했다. 전 구단이 모두 외국인선수를 투수로 채운 지난해부터 국내투수들의 설 자리가 좁아진 느낌이다. 아울러 2008년 이후 프로에 입단한 국내투수들 가운데 아직 단 한 명의 10승 투수가 없다는 현실은 생각해볼 일이다.

해마다 강해지는 외국인투수들!

2009년 KIA는 로페즈와 구톰슨을 영입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해 외국인투수들 가운데 10승 투수는 로페즈와 구톰슨, 2명뿐이었다. 로페즈는 시속 145km에 육박하는 싱커를 던졌다. 직구 스피드와 같은 로페즈의 싱커에 국내타자들은 쩔쩔맸다. 결국 14승을 올리며 다승왕이 됐고, 한국시리즈 5차전에선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구톰슨은 국내타자들에게 생소한 컷패스트볼을 던졌다. 지금은 컷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지만, 당시에는 보기 힘든 구종이었다.

2011년에는 니퍼트와 리즈(LG)가 국내에 왔다. 니퍼트는 203cm의 큰 키에서 타자들의 스트라이크존을 무너뜨리는 강속구를 던졌다. 큰 체격에도 놀라운 밸런스를 유지했고, 해마다 평균 190이닝을 던졌다. 리즈는 한발 더 나아가 시속 160km라는 믿기 어려운 공을 던졌다. 지난해에는 국내야구 역대 최고 스피드인 162km를 기록했다.

2012년에는 유먼과 탈보트(삼성)의 서클체인지업이 좋았다. 특히 유먼의 체인지업은 류현진과 비교될 만큼 강력했다. 또 나이트는 한국무대 진출 4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그는 리그를 강타할 만한 최고의 싱커를 앞세워 208이닝을 던졌다. 외국인투수들의 기량은 해가 갈수로 좋아지고 있다. 타자들이 곤혹스러울 정도다. 올해 뛰는 19명의 외국인투수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 세든, 밴덴헐크, 레이예스, 옥스프링


올해 선을 보인 외국인투수들 가운데 눈에 띄는 선수는 세든과 레이예스다. 세든은 커브, 슬라이더, 서클체인지업이 좋다. 직구의 제구력도 갖췄다. 193cm의 큰 키에서 각도 좋은 공을 던진다. 방어율 1.72로 1위다. 등판하면 평균 7이닝을 던진다. 지금까지의 모습은 나무랄 데가 없다. 레이예스의 피안타율 0.212는 전체 1위다. 시속 150km가 넘는 강력한 직구가 주무기다. 포심, 투심, 커터, 싱커 등 4가지의 빠른 공을 던진다. 5월 초 슬럼프를 겪었지만, 다시 살아나고 있다. 밴덴헐크는 강력한 직구와 커브가 인상적이다. 여름이 되면 훨씬 강해질 전망이다. 특히 몸쪽에 커브를 잘 던진다. 5년 만에 한국무대에 복귀한 옥스프링은 구위가 더 좋아졌다. 최근 5연승을 기록하며 유먼과 10승을 합작했다. 컷패스트볼이 위력적이고, 직구의 무브먼트가 LG 시절보다 낫다. 세든, 레이예스, 밴덴헐크, 옥스프링의 활약은 팀 성적과 직결될 공산이 크다.

밴덴헐크,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밴덴헐크,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한국의 에이스는 누구인가?

류현진은 ‘대한민국 에이스’였다. 프로 데뷔 이후 7년간 그처럼 꾸준하게 활약한 투수는 없다. 류현진이 떠난 지금 대한민국의 에이스는 누구인가? 선뜻 말하기 어렵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류현진, 김광현(SK), 윤석민(KIA)의 트리오는 강력했다. 그들이 있어 국제대회에서도 힘이 났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때는 봉중근(LG)이 선봉장이 됐다. 봉중근은 지난해부터 마무리로 뛴다. 윤석민은 2011년 4관왕 이후 아직 제 위치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승에 그쳤고, 올 시즌도 1승뿐이다. 김광현은 어깨 부상으로 3년째 고전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확실하게 부각되는 대한민국의 에이스가 없다. 지난해 다승왕 장원삼(삼성)과 시즌 초반 부각되고 있는 윤성환, 양현종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 제3회 WBC의 패인은 에이스 부재였다. 내년 인천아시안게임도 지금 같은 흐름이면 걱정이다.

신인투수 발굴이 늦어지고 있다!

양현종과 김광현은 2007년 데뷔했다. 양현종은 2009년부터 2년간 10승 투수가 됐고, 김광현은 2008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와 2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다. 두 투수 이후 2008년부터 입단한 투수 가운데 아직 10승 투수가 없다. 지난 5년 동안 팬들을 설레게 할만한 젊은 선발투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10승은 고사하고 선발로테이션에서 활약하기도 쉽지 않다. 유일했던 박현준(전 LG)은 2011년 13승을 올리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외국인투수가 두 자리를 차지하고 기존 선발투수들이 버티고 있으니, 신인투수들은 명함을 내밀기도 어렵다. 2007년 이후 입단한 투수 가운데 올해 선발로테이션에서 던지는 투수는 고원준(롯데), 강윤구(넥센), 신정락(LG)이다. 구위가 뛰어난 만큼 성공적인 풀타임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

NC의 두 사이드암 이태양과 이재학은 행운아다. 좋은 기량을 갖고 있지만, 신생팀이 아니었으면 선발로테이션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팀마다 신인드래프트 때 경쟁적으로 투수를 우선지명한다. 야구는 ‘투수놀음’이고 마운드 강화가 팀의 미래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젊은 투수를 육성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차세대 에이스는 있는가?

빈자리는 메워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에이스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각 팀을 이끌어갈 차세대 에이스는 누구인가. 외국인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졌다. 외국인투수를 제외한 국내선발투수층이 상대적으로 얇아졌다. 두산, LG, SK, 롯데의 차세대 에이스는 누구인가. 모든 구단에 같은 질문을 했을 때, 답을 줄 수 있는 구단은 몇 팀일까. 2년째 전 구단이 외국인투수를 뽑았다. 국내투수들의 기량이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이유다. 타자보다 투수가 적응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도 설득력은 있다. 그러나 국내투수들의 성장속도는 왠지 느려지는 느낌이다. 일본은 외국인타자들이 리그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오릭스 이대호는 얼마나 잘하고 있나. 내년에는 외국인타자도 몇 명 나왔으면 좋겠다. 팬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줄 젊은 에이스 후보도 몇 명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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