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국내처럼 완투 생각말고 6회까지 전력투구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2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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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30)는 선발-셋업맨-마무리를 혼자 맡아서 한다는 평가를 받는 투수다. 1회 선발로 나서 147km(92마일)의 직구 스피드를 유지한다. 이어 7,8회가 되면 152km(95마일)에서 157km(98마일)로 구속을 끌어 올린다. 9회 경기를 마무리할 때는 160km(100마일)까지 강속구를 뿌린다. 선발-셋업맨-마무리 투수의 직구 스피드를 혼자서 조절하는 투수다. 2011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벌랜더는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라는데 이견이 없다. 노히트노런을 두 차례 작성한 벌랜더의 등판은 완투경기를 항상 예상한다.

LA 다저스 류현진도 국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서는 종종 이런 모습을 보였다. 이글스의 투수진이 워낙 취약하다보니 선발-셋업맨-마무리를 맡아서 했다. 한화에 류현진보다 우수한 투수는 없었다. 외국인 투수들이 구속은 류현진보다 빠른 경우는 있었어도 마운드에서의 역할은 큰 차이가 났다. 하지만 다저스에서는 이럴 필요가 전혀 없다. 하루 빨리 국내 프로야구에서 했던 습관을 버리는 게 좋다. 바로 전력투구다.

지난 8일 메이저리그 첫 승을 거둔 피츠버그전에서 국내 무대에서 해왔던 스타일이 나타났다. 다소 느슨하게 던지다가 위기를 맞으면 전력투구하는 스타일이다. 시즌 초 기자가 김용달 기아 타격코치와 통화할 때도 이 점이 지적됐다. "(류)현진이는 가끔 대충 던지는 경우가 있었다. 타순에 따라 그런 스타일이 눈에 띈다. 하지만 위기다 싶으면 전력투구를 하고 직구 스피드도 끌어 올린다. 혼자서 마운드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이런 스타일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게 지난해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 코치의 말이다.

류현진의 한화 시절 등판은 거의 완투게임을 의미했다. 선발투수보다 불펜진이 구위가 신통치 않은 터에 스스로 책임지는 게 승리를 지키는 일이었다. 그러나 다저스는 다르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다. 역할이 확실하게 구분돼 있다. 선발-스페셜리스트(7회)-셋업맨(8회)-클로저(9회)가 승리방정식에 투입되는 시스템이다. 선발은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를 목표로 피칭을 하면 된다. 에이스는 완투를 염두에 둔다. 불펜에 과부하가 걸렸을 때 완투를 하게 된다.

류현진은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2경기에서 투구수를 무척 신경 썼다. 인터뷰 때마다 투구수를 언급했다. 요즘 현대 야구는 선발투수의 제한된 투구수를 바이블처럼 믿는다. 돈 매팅리 감독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피츠버그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는데 교체했다. 이 때까지 투구 수는 94개에 불과했다. 계속 던졌으면 2경기연속 완봉승을 거둘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매팅리 감독은 시즌 초반 선발투수에게 100개 이상의 볼을 던지게 할 필요가 없었다. 메이저리그는 162경기의 장기레이스다. 기록을 위해 한 경기에 매달렸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가끔씩 벌어진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국내처럼 125개, 130개의 피칭은 절대로 할 수 없다. 그는 에이스가 아니다. 1회부터 6회까지 전력투구를 하면 된다. 상황에 따라 대충 던지는 식의 피칭은 빨리 탈피해야 한다. 현재 다저스 불펜진 투수들의 직구 스피드는 류현진보다 빠르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symoon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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