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여제 이상화 ‘근육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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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6일 07시 00분


이상화는 스타트와 막판 스퍼트에 모두 능하다. ‘빙속 여제’로서 500m 레이스에서 ‘장기집권’을 기대케 한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이상화는 스타트와 막판 스퍼트에 모두 능하다. ‘빙속 여제’로서 500m 레이스에서 ‘장기집권’을 기대케 한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세계선수권 2연패 파워의 원천은?

단련된 근육, 스타트때 폭발적인 힘 발휘
막판 괴력의 스퍼트도 근육 에너지 이용


‘빙속 여제’ 이상화(24)가 24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종목별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5초34로 우승했다. 기록이 대단했다. 1차 레이스에서 37초69로 결승선을 통화하더니, 2차 레이스에서도 0.04초 줄어든 37초65만에 골인했다. 적수가 없었다. 스타트 반응속도는 물론 힘이 떨어지는 막판 스퍼트가 가공할 만했다. 대체 이상화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스타트 반응속도

단거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트다. 이상화는 이번 대회 1차 레이스 첫 100m 랩타임을 10초28에 끊었고, 2차 레이스 역시 10초25만에 주파했다. 36초80으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세계기록을 세운 올해 월드컵 6차 대회 2차 레이스에서도 첫 100m 랩타임이 10초20이었다. 이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2010밴쿠버동계올림픽(10초29)보다 앞당겨진 기록들이다. 밴쿠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대표팀 감독 출신인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는 “(이)상화가 이번 시즌 내내 첫 100m 랩타임을 10초20∼30 이내로 끊고 있다”며 “스타트 반응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많은 훈련을 통해 근육을 단련했다는 증거다. 스타트에서 폭발적인 힘을 터뜨리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무산소성 지구력↑, 피로내성능력↑

스타트뿐 아니다. 이상화는 레이스 후반 무서운 뒷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결승선을 앞두고 직선주로를 활주할 때의 막판 스퍼트에선 따라올 자가 없다. 실제 이번 대회 2차 레이스에서 한 조를 이뤄 레이스를 펼친 네덜란드 티스예 오네마는 곡선주로를 비슷하게 돌고도 직선주로에서 무섭게 치고 나가는 이상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지는 모습이었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윤성원 박사는 “1분 이내 힘을 계속해서 내는 지구력을 ‘무산소성 지구력’이라고 하는데, 폐와 심장에서 피를 공급해 산소를 전달하는 ‘유산소성 지구력’과 다르게 근육 에너지를 이용한다”며 “이상화는 근육에 에너지를 많이 저장해놓고, 그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터벌트레이닝(순발력·지구력 강화) 등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능력이다.

피로내성능력도 빼어나다. 윤 박사는 “운동을 하면 젖산이 쌓이는데, 일반인은 체내에 8mM만 쌓여도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지친다”며 “운동선수는 대개 14∼16mM 정도 젖산이 올라가면 힘들어하는데, 그것을 이겨내는 것을 피로내성능력이라고 한다. 이상화는 그 능력이 다른 국내선수들과 비교해도 엄청나다. 회복력이 좋기 때문에 지쳐도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단거리에 최적화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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