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땐 성적에 목숨, 지금은 농구 인기 식어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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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준호 KBL 경기이사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사람이 변했다고 욕 많이 먹고 있다.”

속도 좋은 사람이다. 욕먹고 지낸다는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했다. 나이 60이 다 돼 가는데 욕먹고 사는 이유? 자리 바뀌더니 사람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감독할 때와 다른 소리를 한다고 후배 감독들이 원망을 많이 하지….” 안준호 한국농구연맹(KBL) 경기이사(57·사진)는 후배들의 원망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자리가 바뀌었고 하는 일이 달라졌다. 예전처럼 감독의 눈으로만 농구를 볼 수는 없다. 안 이사는 2004년부터 2011년 3월까지 프로농구 삼성 감독으로 지내다 2011년 9월 KBL 경기이사가 됐다. 삼성전자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1986년 코오롱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 생활을 해 오던 그가 25년 만에 맡은 낯선 일이다.

“감독 때는 팀만 신경 쓰면 됐다. 성적이 좋으면 대통령도 안 부러웠다. 근데 여기 오니까 농구판 전체를 생각하게 되더라. 그럴 수밖에 없다.” 경기이사는 총재 다음인 KBL ‘넘버2’다. “감독 때는 국제대회에 나가는 국가대표들이 소속 팀에서 빠지면 리그를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팬을 위해 리그를 계속 운영해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구단 입장에서는 돈 들어가는 일이라 마뜩잖아 하겠지만 2군 리그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리그 등록 선수도 늘어나고 농구 저변이 커진다. 10개 구단 중 2군 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팀은 KT, SK, KCC뿐이다.

그도 2년 전까지는 성적에 목숨 걸던 감독이었다. 이제는 성적만큼 재미도 중요하다고 여긴다. “갈수록 수비 농구가 대세다. 그런데 수비 잘하는 농구 보러 경기장에 오는 팬이 몇이나 되겠나. 팬들은 화끈한 공격, 화려한 기술을 원한다.” 경기 흐름을 자주 끊는 파울, 그래서 나오는 심판의 잦은 휘슬도 못마땅해했다. “휘슬 소리 들으러 오는 팬은 없다.”

이러니 농구 인기가 예전만 같지 않은 건 당연하다. 그는 겨울 스포츠의 꽃이던 농구가 위기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야구는 저만큼 달아났다. 배구는 다 쫓아왔다. 농구 중계하던 채널이 배구 중계하겠다는 상황이다. 시청률도 떨어졌다. 농구인들이 각성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옛날 생각만 해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국 농구의 전성기이던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에는 지금처럼 즐길 만한 콘텐츠가 국내에 많지 않았다. 이제는 세상이 변했다. 유럽 축구도 있고 인터넷 게임도 있고 농구 아니라도 많다.”

‘사자성어의 달인’이란 별명답게 그는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말로 농구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죽이네 살리네 하던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들도 풍랑을 만나면 힘을 합쳤다는데 감독 선수 구단 KBL 할 것 없이 농구 인기의 부활을 위해 고민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박준용 인턴기자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4학년
#안준호#KBL 경기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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