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王은 잊어 달라, 野初가 되겠다”… KIA 2군 지휘봉 잡은 한대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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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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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야왕(野王)’은 잊어 달라. ‘야초(野初)’가 되겠다.”

한대화 전 한화 감독(52·사진)이 초심으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4개월 동안 조용히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결론은 어디서든 다시 야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8월 28일 팀이 최하위에 머물자 시즌 28경기를 남기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물러난 뒤 대전 본가와 제주의 친구 집을 오가며 미래를 구상했다.

그런 그가 내년부터 ‘제2의 고향’ 광주에 터를 잡는다. 광주는 그가 해태(현 KIA)에서 현역으로 뛸 때 ‘승부사’로 이름을 날렸던 곳이다. 이번에는 1군이 아닌 KIA 2군 감독이다. 10월 해태 시절부터 호형호제해온 선동열 KIA 감독에게서 ‘2군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한 감독은 고민 끝에 최근 이를 수락했다. 내년 1월 초 정식 취임하는 그는 “신인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친정팀 한화에 미안한 마음이 컸기에 (KIA 2군 감독) 결정을 미뤄왔다. 선 감독과는 허물없이 야구에 대한 의견을 나눠온 사이다. 그에게서 ‘야구로 다시 의기투합하자’는 말을 듣고 힘이 났다.”

한 감독은 2군 사령탑을 ‘잡초’ 같은 자리라고 했다. 2군(퓨처스리그)은 리그 성적보다 1군에 올라갈 유망주를 육성하는 곳인 만큼 ‘성적’보다 ‘성장’에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했다.

“스스로 1군에서처럼 편안하게 생활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비록 올해 불명예스럽게 1군에서 물러났지만 미래를 꿈꾸는 2군에서 젊은 선수들을 제대로 키워내겠다고 다짐했다. 함께 치고 달리며 땀을 흘릴 생각이다.”

한 감독은 선 감독보다 세 살이 많다. 그러나 서로 존칭을 쓴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그만큼 각별하다. 한 감독은 1983년 OB(현 두산)에서 데뷔해 1986년 해태로 이적했다. 이후 ‘호랑이군단’의 해결사를 맡았다. 해태에서 뛴 8년간 선 감독과 함께 투타의 중심이었다. 둘은 이 기간에 한국시리즈 6회 우승을 거두며 해태의 ‘천하무적 시대’를 열었다. 이들은 2004년부터 지도자로 호흡을 맞췄다. 삼성 김응용 감독(현 한화 감독)의 지휘 아래 선 감독은 수석코치, 한 감독은 타격코치를 맡았다. 이듬해에는 감독과 수석코치로 2005년과 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선 감독은 ‘투수 조련사’다. 한 감독은 타격에 일가견이 있다. KIA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기 위해선 강한 투수진 못지않게 타선의 부활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 역할을 한 감독이 맡았다.

그는 “광주의 겨울은 매서울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선수들이 추위를 못 느끼게 해 주겠다”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야왕’ 대신 ‘야초’로 다시 일어서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KIA#한대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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