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도,선수협도 “정관에 없다” 외면…보다못한 선수들 “우리가 장례 치르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12월 24일 07시 00분


■ 이두환 사례로 본 야구선수 처우의 불편한 진실

이두환(24·전 KIA)이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단순히 유망주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프로야구선수들의 처우에 대한 불편한 진실도 드러났다.

이두환은 21일 오후 5시30분경 사망했지만 빈소가 마련된 것은 밤 10시가 넘어서였다. 어느 단체가 장례를 주도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투병생활로 가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가족장은 어려웠다. 그렇다고 구단이 나설 수 없었다. 이두환이 야구를 하다 사망한 것(야구규약 선수계약서 제11조 [상해보상] 선수활동 중 사망 또는 상해가 발생했을 경우 구단이 상해보험을 들어 지급해야 한다)도 아니었고, 2012년 KIA의 보류선수명단에 이름은 올렸지만 구단과 재계약을 한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12월은 비활동기간. 활동기간이었어도 야구선수는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법적으로 구단에 책임소재를 물을 순 없다. 그러나 빈소를 찾은 한 야구 관계자는 “팀에서 뛴 선수가 유명을 달리한 날 조화만 보낸다는 건 도의적 책임을 져버린 게 아닌가 싶다”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도 다르지 않았다. 이날 박충식 사무총장을 비롯해 선수협 관계자들은 가장 먼저 병원을 찾았고, 장례를 주도했지만 ‘선수협장’은 곤란하다고 했다. 선수협 정관에 선수 상조와 관련된 조항이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두산 선수단은 “우리 동료였으니 우리가 장례를 치르자”며 ‘선수장’을 결정했고, KIA 선수단도 뜻을 함께 했다. 빈소가 차려지기까지 5시간, 빈소가 차려진 이후에도 갈팡질팡하는 선수협의 모습을 본 한 선수는 “결국 두산, KIA, 선수협 모두 서로 일을 미룬 것 아닌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선수의 장례에 대한 원칙 하나 없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홍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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