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하며 말투까지 분석하는 야구 용병 스카우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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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들의 인재 감별법
“직접 보는게 최고” 현장파에 “중계 보며 찜” 영상파도… 인맥 활용해 전방위 체크

프로야구 휴식기인 겨울에 가장 바쁘게 뛰는 야구인이 있다. 바로 ‘전력의 절반’이라는 외국인 선수를 찾아 헤매는 스카우트다. 구단은 다음 시즌을 함께할 외국인 선수를 겨울에 선택한다. 스카우트는 어떻게 생면부지인 외국인 선수의 능력을 꿰뚫어 보고 국내로 데려올까. 올 시즌 외국인 선수를 고른 스카우트들의 인재 감별법을 재구성했다.

○ 현장파 vs 영상파

스카우트는 우선 인터넷을 통해 지난 시즌 성적을 보고 외국인 선수 20∼30명을 추린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 투수를 위주로 퀵모션, 평균 투구 이닝, 이닝당 안타 허용률, 볼넷과 삼진 비율 등을 따진다. 이들 자료를 비교 분석해 후보를 10여 명으로 줄인다.

스카우트 경력 15년차인 KIA 조찬관 육성지원팀장은 철저한 현장파다. 그는 1년에 3번 한 달씩 현지로 나가 후보 선수를 점검한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2∼3월), 트리플A 경기(7∼8월), 중남미 윈터리그(11∼12월) 때가 그렇다. 조 팀장은 “외국인 선수를 한 번만 보고 판단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 지속적으로 관찰한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스카우트를 한 두산 이창규 과장은 현장보다 영상을 중시한다. 이 과장은 “인터넷으로도 트리플A 경기를 모두 볼 수 있다. 찜해 둔 선수는 수시로 영상을 보며 몸 상태를 파악한다”라고 했다. 2008년 말부터 스카우트를 맡은 넥센 김치현 대리는 시즌 도중인 7, 8월에 딱 한 번 미국으로 간다. 스프링캠프는 선수가 전력을 다하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없고, 윈터리그는 시기가 너무 늦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 전방위 체크로 인재를 찾아라

스카우트가 현지에서 경기를 뛰는 선수를 볼 기회는 한두 번뿐이다. 그래서 중요한 게 인맥이다. 에이전트나 미국 구단과 얼마나 친분을 쌓았느냐에 따라 정보의 질이 달라진다. 눈여겨본 선수가 방출될 예정인지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드는지, 급전이 필요한 상황인지 등을 남들보다 먼저 알아야 한다. 두산 이 과장은 2010년 월드시리즈 후 텍사스가 니퍼트에게 최저 연봉을 제시할 거란 소식을 미리 알고 협상한 덕에 ‘대어’를 낚았다.

스카우트는 선수의 실력과 함께 성품까지 꿰뚫어야 한다. 넥센 김 대리는 현지에 가면 선수와 꼭 식사를 함께 한다. 그러면서 그 선수가 쓰는 단어나 말투 등을 통해 교양 수준을 파악한다. 성품은 곧 국내 적응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넥센의 외국인 선수 나이트와 밴헤켄은 둘 다 조용하고 차분하다.

○ 한국 정착 도우미 역할까지 전담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뛰어나도 국내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끝이다. 스카우트들은 “외국인 선수가 부진에 빠지는 건 대부분 심리적인 문제 때문이다. 구단이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KIA 조 팀장이 2년간 공들여 데려온 앤서니는 올 시즌 초반 부진으로 퇴출 위기에 몰렸다. 그는 “앤서니는 강속구를 갖춘 좋은 투수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이 왼손 투수를 찾는다는 걸 알고 불안해하며 조급증에 시달렸다. 게다가 팀 타선이 약해 1점만 내줘도 질 수 있다는 부담감까지 생기며 흔들렸다”라고 했다. 이런 앤서니를 어르고 달래 마음을 안정시킨 것도 조 팀장의 몫이었다.

스카우트는 잘하면 본전이고 못 하면 욕먹는 자리다. 자신이 데려온 외국인 선수의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팀 상황에 따라 통역이나 대외 업무를 겸하기도 하는 각 구단 스카우트는 오늘도 알짜 선수를 찾아 헤매고 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야구#외국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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