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Let’s Go Baseball] 마음이 콩밭에…이유있는 ‘에러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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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5일 07시 00분


야구는 멘탈 경기다. 감독에게는 선수들의 마음을 읽고,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전진하게 만드는 인간 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독은 명장이다. 올 시즌 유난히 멘탈 실책이 많았던 한화와 KIA의 경기 장면. KIA 이용규(왼쪽)의 2루 도루 때 한화 유격수 이대수가 2루 커버에 나섰지만 포수의 송구는 한참 엇나갔다. 스포츠동아DB
야구는 멘탈 경기다. 감독에게는 선수들의 마음을 읽고,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전진하게 만드는 인간 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독은 명장이다. 올 시즌 유난히 멘탈 실책이 많았던 한화와 KIA의 경기 장면. KIA 이용규(왼쪽)의 2루 도루 때 한화 유격수 이대수가 2루 커버에 나섰지만 포수의 송구는 한참 엇나갔다. 스포츠동아DB
4강 멀어진 팀들 통해 본 야구에서 못믿을 것들

한대화 감독 흔들리자 한화 선수들 ‘멘붕’
LG·넥센, 새얼굴 앞세워 시즌초반 돌풍
반짝 스타들 체력 떨어지면서 동반 추락


야구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부분은 베이스러닝이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 그 팀이 상승세인가, 하강세인가의 여부도 베이스러닝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한때 상대팀을 압도했던 SK와 두산의 발이 요즘 무거워졌다. 이유는 나이다.

수비와 투수도 예측이 가능하다. 수비는 오랜 반복훈련으로 만들어진다. 훈련량이 많을수록 좋아진다. 수비가 튼튼한 팀은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다. SK가 최근 몇 년간 강팀의 이미지를 발산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물샐 틈 없는 수비에 있다. 투수력 역시 주축 선수들의 부상만 없다면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확실한 원투펀치가 있는 팀에는 연패가 없다. 시즌 내내 감독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소방수가 확실하면 뒤가 든든하다. 그런 면에서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올 시즌 8개 구단 사령탑 가운데 가장 행복할 것이다.

야구에서 가장 신뢰가 떨어지는 부분은 방망이다. 어제 20안타를 몰아치고도 다음날 영패를 당하는 게 야구다. 3할만 쳐도 잘 했다고 칭찬받는 게 타격이다. 그만큼 어렵고 확률도 떨어진다. 팀에도, 선수에게도 언제든 슬럼프가 찾아온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타선의 팀은 1987년 삼성이었다. 팀 타율 3할이라는 상상 못할 공격력으로 페넌트레이스를 쾌속질주했지만 해태와의 한국시리즈에선 1승도 못 거두고 4패로 주저앉았다. 방망이 팀의 한계였다.

이보다 더 믿을 수 없는 것이 있다. 페넌트레이스 막판 4강의 꿈이 멀어진 팀들의 사례를 보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갈대보다 더 흔들리는 선수의 마음

한화는 가장 먼저 4강 티켓에서 멀어졌다. 올스타전 이전에 사실상 탈락했다. 감독이 선수들의 마음을 휘어잡지 못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구단이 감독을 흔들었다. 반복된 코칭스태프의 보직이동이 결정타였다. 감독의 계약만료시즌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선수들은 다른 뜻을 품는다. 경기에 집중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먼저 생각한다. ‘우리 감독은 잘릴 것인가’, ‘누가 새 감독으로 올 것인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그라운드에 나서는 선수에게 집중력을 요구해봐야 헛수고다. 올 시즌 내내 한화에서 드러난 프로답지 않은 수비와 미숙한 베이스러닝은 동계훈련을 체계적으로 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선수들의 멘탈 문제일 가능성도 크다.

이런 팀일수록 개인성적에 집착한다. 야구는 개인성적이 모여 팀의 성패를 좌우한다. 팀 승리에 필요한 것은 잘 다듬어진 수비와 센스 있는 베이스러닝, 희생타, 진루타 등이지만 이는 수치로 잘 나타나지 않는다. 선수들은 수치로 나오는 성적에 더 집중한다. 팀보다는 자신의 연봉을 위해 야구를 하는 팀은 실패한다. 그래서 감독들은 무엇보다도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한다. 40마리의 양 가운데 스스로 알아서 갈 길을 가는 10마리를 빼고, 그렇지 않은 30마리를 어떻게 한 방향으로 인도하느냐가 감독의 임무다. 모두를 감독의 편에 오도록 만들면 신의 경지에 오를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감독은 나쁜 양이 좋은 양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걱정하고, 감시하고, 때로는 매도 든다.

○팀에 활력을주지만 믿어서는 안 되는 새 얼굴

LG는 유난히 선수교체가 잦았다. 김기태 감독이 취임해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새 얼굴들이 반짝 활약하며 돌풍도 일으켰다. 지금 LG는 세대교체의 과정에 있다. 새 감독은 2군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들을 자주 1군에 올리며 기회를 줬다. ‘나는 너를 잊지 않고 있다. 어디에서건 열심히 하라’는 메시지다. 선수들도 그런 감독을 믿고 따랐다. “최근 몇 년 사이 처음으로 선수들이 뒤에서 감독을 욕하지 않는다”고 LG의 속사정에 밝은 어느 선수는 말했다. 그만큼 LG는 달라졌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반짝 활약은 지속성이 없다. 결국 한계가 드러난다. 새 얼굴은 팀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서도 값지지만, 그 선수들을 전적으로 믿고 시즌을 꾸려나갈 수는 없다. 한 시즌을 완전하게 뛰어본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100경기 이상을 꾸준하게 뛰는 선수들에게는 체력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시즌을 풀어나가는 노하우다.

젊은 선수와 프로야구를 몇 년 경험한 중견선수, 힘은 없어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의 3박자가 균형을 이룬 팀이 성공한다. 아마추어선수들은 1년에 많아야 40경기를 뛴다. 그것도 한 대회에서 열흘 정도 뛰고 나면 다시 휴식이다. 시즌 초반 잘 나가던 신인선수들은 6월쯤 되면 눈에 띄게 성적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진정한 프로선수가 된다.

창단 후 첫 4강 진출의 희망에 부풀었던 넥센. 후반기 초반 주저앉은 것이 뼈아팠다. “예상은 했지만 부진이 길었다. 그 때 서건창은 너무 힘들어 방망이를 질질 끌고 다닐 정도였다”고 박흥식 타격코치는 아쉬워했다. 풀 시즌을 소화해본 경험이 모자랐던 넥센 선수들에게 유난히 무더웠던 이번 여름은 더욱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다른 팀처럼 2군에서 올릴 수 있는 백업멤버도 부족했다. 넥센에는 무척이나 안타까운 여름이었다.

전문기자 marco@dobga.com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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