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 기자의 런던 리포트] 미운오리 최현주, 최종병기로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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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1일 07시 00분


양궁 맏언니 눈물·환희의 드라마

무명의 발탁·어깨 부상·컨디션 난조
교체 압박 속 주사 맞으며 훈련 매진


강한 활 쏠 수 있는 타고난 신체조건
결승전서 비바람 뚫고 5발의 텐 명중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가 돼 날았다. 최현주(28·창원시청), 이성진(27·전북도청), 기보배(24·광주광역시청)로 구성된 여자양궁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 로즈크리켓경기장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210-209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88년 서울대회에서 단체전이 도입된 이후 7연속 올림픽 우승의 위업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선 대회 전까지 어깨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신음하던 ‘맏언니’ 최현주의 활약이 빛났다.

○미운오리 새끼…태릉밥은 눈치밥

최현주는 지난해까지 성인대표 경력이 전무한 선수였다. 국내대회에서조차 최고 성적은 2011년 전국체전 여자 일반부 개인전 동메달이다. 스포츠동아 문형철(예천군청 감독) 해설위원은 “런던올림픽 대표선발전은 춘추전국시대였다”고 말한다. 2008베이징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박성현(전북도청 감독), 윤옥희(예천군청)처럼 튀는 선수가 왔다. 결국 물고 물리는 각축전 끝에 무명의 최현주에게도 기회가 왔다. 그러나 5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2차 월드컵 직후 오른쪽 어깨부상이 재발하면서 컨디션 난조에 빠졌다. 여자대표팀 백웅기(여주군청) 감독은 “훈련량 자체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했다.

최현주는 태릉에서 기록을 측정할 때마다 연일 낮은 점수를 쐈다. 양궁계 일각에선 “이대로는 올림픽 여자단체전 7연패가 어렵다. 대표선수를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최현주가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녀에게 태릉밥은 곧 눈칫밥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이를 물었다. 어깨에 주사를 맞고, 야간훈련까지 불사르는 투혼을 발휘했다.

○비바람 뚫은 투혼의 강한 화살…골드 텐 명중

최현주는 키 172cm로 여자대표팀에서 가장 신체조건이 좋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버거운 강한 활도 자유자재로 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0일 로즈크리켓경기장에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바람 역시 만만치 않았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악조건이었지만, 최현주로선 자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활은 더 빠르고 강하게 날아가기 때문에, 비바람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이다. 최현주는 결승전 8발에서 무려 75점을 기록하며 이성진(66점)과 기보배(69점) 등 동생들을 이끌었다. 특히 2엔드 첫 번째 발부터 4엔드 첫 번째 발까지 무려 5발을 10점에 명중시키며 분위기를 살렸다.

문형철 해설위원은 “당초 9점으로 기록된 최현주의 3엔드 첫 번째 발이 10점선에 아슬아슬하게 맞물리며 결국 10점으로 판정받았다. 만약 그 점수가 아니었으면, 한국은 동점으로 연장에 접어들었을 것이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최)현주를 하늘도 도운 것 같다”며 웃었다. 최현주는 “동생들에게 그간 너무 미안했다. 나는 페이스가 느릴 뿐이지 남들보다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계속 생각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그간의 심적 부담을 날렸다.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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