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Essay] 한국양궁 ‘최강’ 칭호가 DNA 덕? 손바닥 보면 그런 말 안 나올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7월 26일 07시 00분


23일(현지시간) 양궁대표팀은 런던 로즈크리켓경기장 내 훈련장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습니다. 그 때 임동현(26·청주시청)에게 우크라이나의 한 여자선수가 다가옵니다. 짧은 대화를 나눈 임동현은 이렇게 말합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에 출마했대요. 꼭 찍어달라는데요.” 한국선수들은 이 곳에서 선망의 대상입니다. 반장선거에라도 한번 나가본 사람은 알지요. 이런 친구를 잡고 있어야 표가 나온다는 사실을요. 임동현은 국제양궁연맹(FITA) 홈페이지가 “양궁계의 로저 페더러(스위스)”라고 소개한 선수입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양궁의 양대 산맥은 미국과 소련이었습니다. 한국은 심지어 아시아권에서도 일본에 뒤졌습니다. 당시에는 일본을 한번 이겨보는 것이 국내양궁인들의 소원이었다고 하네요.

우리가 주몽의 후예라면, 런던올림픽이 열리는 영국은 로빈 후드의 나라입니다. 양궁 용어 중에 ‘로빈 애로우’라는 말이 있습니다. 앞서 쏜 화살을 나중에 쏜 화살이 둘로 쪼개버리는 것인데요. 영화 속 한 장면 때문에 유명해진 말입니다. 하지만 실전에서 ‘로빈 애로우’를 가장 많이 보여주는 나라는 영국이 아니라 한국입니다.

언젠가 임동현에게 장난 삼아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정말 사람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맞출 수 있어요?” 돌아온 답변은 예상대로입니다. “당연히 못하죠. 10m 앞에서라도 절대요.” 천하의 임동현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윌리엄 텔도 강심장의 신궁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이 모든 사례는 민족성 또는 DNA 때문이 아니라 양궁인들의 땀방울 덕분에 한국이 세계 최고의 양궁강국이 됐음을 증명합니다. 그렇게 너무 많은 것을 쌓아왔기에 그들은 지금 외롭습니다. 올림픽을 앞둔 대표팀은 항상 ‘무조건 금’이라는 부담감에 눌려있지요. 지도자들은 밤잠도 설친다고 합니다. ‘당연히’라는 말 대신 잠시 태극신궁들의 손바닥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곳곳에 새겨진 굳은살이, 금메달을 차치하고서라도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하는 이유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런던|전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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