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 스페셜] 김선빈은 왜 머리로 들어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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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7일 07시 00분


KIA 김선빈이 15일 대구 삼성전 4회 1루에서 안치홍의 2루타 때 홈까지 파고들며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삼성 포수 진갑용과 충돌했다(왼쪽 사진). 팀 동료인 최희섭이 진갑용과 부딪힌 뒤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누워있는 김선빈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김선빈이 15일 대구 삼성전 4회 1루에서 안치홍의 2루타 때 홈까지 파고들며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삼성 포수 진갑용과 충돌했다(왼쪽 사진). 팀 동료인 최희섭이 진갑용과 부딪힌 뒤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누워있는 김선빈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주자들 선후배 문화 탓 몸으로 충돌 꺼려
진갑용 무릎 보호대에 부딪혀 코뼈 부상
포수도 최소한의 터치 공간은 열어줘야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기자 레너드 코페트는 야구의 바이블로 불리는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포수를 야수 중 가장 중요한 포지션으로 규정했다. 투수를 리드하고 야수들의 수비위치를 조절해주며, 타자와 수싸움을 벌여야 하는 포지션이자 상대방의 득점을 저지하기 위해 온 몸을 던져야 하는 위험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포수는 상대의 득점 직전, 축구의 골키퍼처럼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야구는 포수에게만 두꺼운 갑주(프로텍터)를 허용한다. 박경완(SK)이 국내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는 마스크를 쓰고 외야수의 송구를 받을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박경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포수는 정확한 포구를 위해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송구를 기다린다.

○한국프로야구의 특별한 선·후배 문화

15일 대구구장. KIA 김선빈은 3-5로 뒤진 4회 볼넷으로 출루한 뒤 안치홍의 2루타 때 1루서 홈까지 단숨에 달려들었다. 삼성 포수 진갑용은 홈을 단단히 지켰다. 김선빈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택했고, 진갑용의 무릎 보호대에 얼굴을 부딪히는 바람에 코뼈 염좌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골절은 아니었지만 당장 다음 경기 출장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홈을 지킨 진갑용의 블로킹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메이저리그에선 같은 상황에서 주자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기보다는 온 몸을 던져 포수와 충돌하는 편을 택하고,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플레이로 인정된다. 프로텍터를 갖추고 먼저 자리를 잡은 포수에게 주자는 충돌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아울러 포수는 주자가 홈플레이트를 찍을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는 열어줘야 한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는 포수에게 매우 관대하다. 특히 포수가 베테랑일 경우 주자는 망설인다.

○빈볼, 그리고 진갑용

7회말 삼성이 9-4로 앞선 가운데 타석에 들어선 진갑용에게 KIA 박지훈은 어깨로 향하는 공을 던졌다. 진갑용은 화를 내며 마운드로 뛰어가려 했다. 그 순간 삼성 세리자와 배터리코치와 KIA 이강철 투수코치가 곧장 뛰어나왔다. 모두 예상했던 ‘빈볼’ 상황이었기 때문에 코치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 코치는 “충분히 빈볼이 예상됐던 상황이다. 단, 진갑용은 어깨(허리보다 높은) 쪽으로 공이 꽂혀 어필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허벅지 혹은 엉덩이라면 타자도 수긍한다. 그러나 머리, 허리 위쪽이면 본능적으로 화가 난다”고 설명했다.

빈볼은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지만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부상 위험을 완벽하게 피할 수만 있다면 서로에게 불문율의 경계를 각인시키는 비공식적으로 가장 빠른 표현방법이기 때문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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