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만 만나면 ‘용감한 형제’가 된다. KIA 서재응(35)과 안치홍(22) 얘기다. 이들은 올 시즌 ‘왼손킬러’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야구는 투타 모두 왼손잡이가 유리한 스포츠라고 알려져 있다. 오른손잡이들에게는 왼손잡이를 넘어서는 것이 과제. 서재응과 안치홍은 그 교본으로 불릴 만하다.
○좌타자 잡는 서재응의 무기, 체인지업
서재응은 3일 경기 전까지 올 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156(32타수 5안타)에 불과하다. 이 부문 5위. 그러나 1위 밴 헤켄(넥센·0.087)과 2위 류현진(한화·0.108), 4위 강윤구(넥센·0.138)는 모두 좌완이다. 우완 가운데는 고원준(롯데·0.122)에 이어 2위. KIA 포수 차일목은 “재응이 형은 좌타자를 땅볼로 유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했다. 그 비결은 체인지업과 투심패스트볼이다. 이 구종들은 좌타자 바깥쪽으로 꺾이면서 떨어지는 궤적을 갖고 있다. 좌타자의 시선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변하기 때문에 좌타자를 상대할 때 유용하다. 양상문 해설위원은 “우투수의 경우 체인지업은 우타자보다 좌타자에게 던지는 것이 더 편하다. 우타자에게는 사구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좌타자에게는 실투가 나와봐야 바깥쪽으로 나가는 공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서재응은 수준급 슬라이더까지 보유하고 있다. 좌타자 입장에선 좌우 타깃으로 변화하는 옵션을 모두 생각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서재응은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체인지업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좌타자가 오히려 편했다”며 웃었다.
○좌투수 잡는 안치홍의 무기, 밀어치기
안치홍은 3일 경기 전까지 좌완을 상대로 무려 0.438(8위·16타수 7안타)의 타율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0.258)에는 좌완에게 다소 고전했지만 2010시즌에도 0.326의 타율을 올렸다. 그는 “2010년에는 어깨가 좋지 않아 타격을 할 때 힘을 제대로 줄 수 없었다. 그래서 밀어치는 타격을 했는데, 좌완을 상대할 때 좋다는 것을 알았다”며 자신이 얻은 교훈을 전했다. 이어 “어깨수술 이후 몸이 좋아진 지난 시즌에는 좌완의 공을 당겨치려 하다가 땅볼이 많이 나왔다”는 평가도 곁들였다. 올 시즌에는 좌투수를 상대할 때 ‘2010년 모드’로 복귀했다. KIA 이건열 타격코치는 “우타자 입장에서 좌투수의 공은 각도가 있기 때문에, 배트 헤드를 덮는 타격을 하면 좋은 타구가 안 나온다. 하지만 치홍이는 스윙 궤적 자체가 밀어치는 식이어서 좌투수에게 잘 맞다. 바깥쪽에서 조금 몰리는 공은 놓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