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파문’ 축구협회 비리 격랑 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3일 12시 03분


코멘트

체육회, 내부비리 수사의뢰 지시..수뇌부에 불똥 튈 수도

대한축구협회 내부 비리 의혹의 진위가 결국 수사를 통해 가려지게 됐다.

대한체육회는 3일 비리를 저지른 직원에게 거액의 퇴직 위로금을 준 대한축구협회에 해당 직원과 행정책임자 등을 수사기관에 고소하도록 지시했다.

또 이번 일로 사퇴한 김진국 전 전무이사 등 행정책임자에 대해서도 배임 책임을 물어 고소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축구협회는 횡령, 절도미수, 협박 혐의를 받는 직원 A씨를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조중연 협회장은 김 전 전무에 대한 고소 문제에 대해서는 체육회와 추후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고소 자체를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수사 과정에서 협박 사건의 사실 관계가 드러나면 큰 파문이 일 수 있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자금 조성 의혹이 일부라도 사실로 확인되면 수뇌부가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건 경위=축구협회 직원 A씨는 작년 11월8일 사무실에 침입해 축구용품을 훔치다가 들켰다.

법인카드 업무를 맡아온 A씨는 절도 혐의에 대한 축구협회 추궁 과정에서 2009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카드회사에서 환급된 포인트 2489만 원어치를 빼돌린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협회가 이런 사실을 파악하자 A씨는 임원들이 부당하게 사용한 법인카드 내역 등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결국 퇴직위로금 1억5000만원을 받은 뒤 사직했고, 김 전무가 이를 도맡아 처리했다는 것이 사건의 개요다.

노조가 이 과정을 폭로하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축구협회 내부적으로 무슨 말 못할 속사정이 있었기에 비리 직원에게 거액의 퇴직위로금을 줬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체육회는 지난달 30일부터 특정감사에 착수했다.

감사결과 A씨와 김 전무가 비밀 보장 합의서를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합의서에는 "직원으로 재직하던 중 알게 된 협회의 기밀사항 또는 협회에 불리한 사실을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발설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협회는 해당 직원의 비리를 고발하거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다른 업체에 취업할 때도 불이익이 없도록 신분 조회 때 '문제가 없다'고 알리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합의서를 협회의 대리인 자격으로 작성한 김 전 전무와 합의서 작성을 협박한 A씨는 각각 업무상 배임 혐의와 협박 혐의를 받게 됐다.

●협박 사건, 판도라 상자 될까=비리 직원이 간부를 협박한 사건 자체는 체육회 감사에서 드러난 탈법 행위와는 다른 비리 혐의가 드러나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협회는 A씨에게 단호히 징계할 수 있음에도 위로금을 줘가면서 사태를 무마하려했고, 체육회 감사에서 어느 정도 물증이 확보됐다.

간부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A씨의 주장에 다소의 신빙성이 실리는 이유다.

수사기관이 협박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협회 내에서 벌어진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날 수도 있다.

회계업무를 맡았던 A씨는 일을 하면서 경험한 간부의 공금 유용이나 횡령 사례 등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일각에선 협회가 비자금 조성 등 내부 비리를 감추려고 징계해야 할 비리 직원에게 오히려 거액을 안겼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중연 협회장 "비자금 의혹은 모함"=조중연 회장은 "투명성에 자신이 있다"며 "협회 직원의 70%가 노조 조합원이고 자금 처리는 전산화되기 때문에 비자금 조성은 불가능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필요해 자신을 부르면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회장은 비리 직원과 비밀보장 합의서를 작성한 이유에는 사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은행 지점장을 지낸 김 전 전무가 은행에서 출납이나 회계를 맡는 직원이 퇴직할 때의 관례를 따랐다는 것이다.

비리 직원의 어처구니없는 요구에 응한 것은 당시 협회가 처한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해명도 하고 있다.

협회가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의 경질 파문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횡령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면 이미지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미지 훼손을 이유로 비리 직원에게 거액을 안겨주면서 비밀 준수를 요구한 대목은 상식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 회장은 그럼에도 "일부에서 축구 대표팀을 브라질과 런던이 아닌 지옥으로 보내려고 나를 모함하고 있다"며 음모론적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보고 있다.

결국 수사를 통해 진실을 둘러싼 베일이 벗겨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