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커터신공 한국무대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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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5일 07시 00분


박찬호. 스포츠동아DB
박찬호. 스포츠동아DB
정민철 코치가 본 ‘박찬호표 커터’

양키스 리베라 비법 직접 전수 받아
직구와 같은 궤적…빠르게 휘어 나가
포심과 스피드 차 5km 이내가 관건


컷패스트볼이 화제다. 한화 박찬호(39)가 ‘비장의 무기’로 공표한 덕분이다.

박찬호는 3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컷패스트볼(커터)에 매력을 느꼈다. 계속 연습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커터가 잘 구사된다면 체인지업이나 투심 혹은 싱커의 위력이 더 높아진다”고 밝혔다. 박찬호가 특정 구종을 언급하면서 “잘 던지고 싶다”고 표현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마운드에서도 실력을 발휘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왜 하필 ‘커터’였을까. 이유가 있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4일 “박찬호가 처음부터 커터를 던진 것은 아니다. 필라델피아에서 제이미 모이어를 만나면서 관심을 가졌고,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에게 비법을 전수 받았다”면서 “둘 다 커터의 대가들이다. 베테랑 박찬호의 커터는 충분히 국내에서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찬호는 왜 커터를 던질까

커터는 한국에서 보편화된 구종이 아니다. 제대로 던지기도 어렵다. 정 코치는 “두산의 니퍼트나 예전 리오스 같은 용병들, 그리고 메이저리그 출신 김선우(두산) 정도가 커터를 제대로 던진다. 국내 선수들이 익히기 시작한 것도 불과 4∼5년 전”이라면서 “일본보다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더 선호하고 잘 던진다. 커터에 생소한 국내 타자들에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커터는 직구와 같은 궤적으로 날아오다가 바깥쪽(우타자 기준)으로 빠르게 휘어져 나간다.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지는 투심패스트볼과 섞어 던지면 위력이 더 커진다. 정 코치는 “커터가 잘 들어가면 히팅 포인트에서 우타자는 방망이 바깥쪽에, 좌타자는 안쪽에 빗맞게 된다. 땅볼을 유도하기 좋다”면서 “커브나 포크볼과 달리 횡으로 휘어지는 변화구이면서 슬라이더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맨’ 박찬호의 ‘필살기’로 기대되고 있는 컷패스트볼의 궤적과 로케이션. 사진은 그래픽을 합성한 가상 대결 장면이다.
‘한화맨’ 박찬호의 ‘필살기’로 기대되고 있는 컷패스트볼의 궤적과 로케이션. 사진은 그래픽을 합성한 가상 대결 장면이다.

● 정통파 팔각도를 유지하라

박찬호가 커터를 잘 던지려면 던지는 팔의 각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찬호는 텍사스 시절부터 서서히 팔각도를 스리쿼터에 가깝게 낮췄다. 부상과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였다. 하지만 커터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 꽂는 힘이 필요한 구종이다. 정 코치는 “공을 잡고 던질 때 최대의 힘을 쓸 수 있는 위치(파워 포지션)가 오른쪽 귀 아래로 내려와서는 안 된다. 정통파 투수의 팔각도를 유지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박찬호가 홈페이지에 “작년부터 팔을 평소보다 조금 더 올려봤다. 내년에도 팔각도를 유지해야 할 것 같다”고 밝힌 이유다.

스피드도 관건이다. 리베라는 포심패스트볼(일반 직구)과 커터의 구속 차이가 시속 3∼4km에 불과하다. 정 코치는 “박찬호 역시 스피드 차이를 5km 이내로 줄여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올시즌 박찬호의 커터를 유심히 지켜봐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컷패스트볼(Cut Fastball)은?

컷패스트볼(커터)은 타자 바깥쪽(오른손 투수·오른손 타자 기준)으로 살짝 휘어져 나가는 공이다. 속도는 직구보다 적게는 3∼5km에서 많게는 5∼7km까지 느린 편. 직구와 비슷한 속도와 궤적으로 날아오다 홈플레이드 부근에서 옆으로 꺾이는데, 직구보다는 더 휘어지고 슬라이더보다는 덜 휘어진다. 이 때문에 타자들이 방망이 중심에 맞추기 힘들고 배트가 자주 부러지는 구종으로 꼽힌다. 던지는 방법은 직구와 거의 비슷하지만 중지 끝에 힘을 더 많이 실어서 공 끝의 움직임을 유도한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을 보유한 뉴욕 양키스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가 커터를 주무기로 삼는 대표적인 투수로 꼽힌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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