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달라붙어도 거침없이… 면전 덩크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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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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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유어페이스 덩크슛… 색다른 매력 살펴보니

프로농구 팬 사이에 회자되는 장면이 있다. 지난달 5일 슈퍼루키 오세근(인삼공사·200cm)이 김주성(동부·205cm)을 면전에 두고 인유어페이스(In your face) 덩크슛을 작렬시킨 것이다. 블록슛의 달인이자 리그 정상급 수비수인 선배 김주성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세근의 패기에 팬들은 열광했다.

인유어페이스 덩크슛은 성공한 선수에게는 무한 쾌감을, 상대 수비수에겐 치욕감을 안긴다. 삼성 이승준(오른쪽)이 20일 고양 원정경기에서 오리온스 김동욱을 상대로 호쾌한 인유어페이스 덩크슛을 터뜨리고 있다. 동아일보DB
인유어페이스 덩크슛은 성공한 선수에게는 무한 쾌감을, 상대 수비수에겐 치욕감을 안긴다. 삼성 이승준(오른쪽)이 20일 고양 원정경기에서 오리온스 김동욱을 상대로 호쾌한 인유어페이스 덩크슛을 터뜨리고 있다. 동아일보DB
당시 상황에 대해 정작 오세근은 “주성이 형인지 모르고 시도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얼떨떨할 정도로 강렬했다”며 겸손했다. 김주성도 “처음에는 약간 기분이 나빴지만 상대를 제압하려는 후배의 정신력에 찬사를 보낸다”며 격려했다.

인유어페이스 덩크슛은 상대 수비수를 정면에 두고 시도하는 덩크슛을 말한다. 명칭 그대로 림을 가른 공이 상대 수비의 얼굴을 강타하는 경우도 있다. 수비가 없는 오픈 찬스에서의 덩크슛에 비해 곱절 이상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탁월한 점프력과 자신감 없이는 시도조차 할 수 없다. 오세근은 “시도할지 말지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덩크슛이라 짜릿하다”고 말했다.

성공한 자의 쾌감과는 달리 수비수에게는 치욕감을 남기기도 한다. 이 때문에 농구계에서는 인유어페이스 덩크슛 성공 후 상대 수비수에게 다가가거나 눈을 직시하는 등 과도한 세리머니가 금기시된다.

인유어페이스 덩크슛의 자타 공인 국내 최강자는 삼성 이승준(204cm)이다. 그는 미국 묘기 농구팀 출신으로 덩크슛에 일가견이 있다.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221cm)을 앞에 두고 인유어페이스 덩크슛을 시도하기로도 유명하다. 이승준은 “경기 흐름에 반전을 줄 정도의 파괴력이 있다. 일반 덩크슛보다 재밌고 팬과 동료들에게 전하는 에너지도 상상 이상”이라며 예찬론을 폈다.

국내 파울 규칙이 인유어페이스에 너그럽다는 얘기도 있다. 한국농구연맹(KBL) 장준혁 심판은 “제한구역 (RA·Restrict Area)에서는 수비수가 정확하게 수직으로 점프하지 않는 한 몸이 부딪혀도 어지간해서는 공격자 파울을 선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상대 수비수는 파울과 부상 우려 때문에 대체로 덩크슛 수비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인유어페이스 덩크슛을 시도하기 가장 어려운 선수는 누구일까. 국내 덩크왕들이 꼽은 선수는 바로 김주성이다. 이승준은 “(김주성은) 순간 스피드와 블록슛 타이밍이 뛰어나 10cm 이상 키 차이가 나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주성은 “상대가 덩크슛 자세를 잡을 수 없는 위치에서 점프하려고 최대한 노력한다”고 비결을 밝혔다.

인유어페이스 덩크슛의 효용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오리온스 최진수(202cm)는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할 경우 오히려 흐름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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