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위 어쩌다 이 지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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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0일 07시 00분


조광래 감독 경질사태로 본 기술위 위상…축구계 파워엘리트 긴급설문

“일방통행 축구협회의 월권 해도 너무해
2002년 빼면 기술위 독립성 확보 못해”
허정무·최강희 감독 등 10명 전원 성토
70%는 “그래도 기술위는 존속해야 한다”

“기술위원회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대한축구협회가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고 대표팀 조광래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파장이 가라앉기는커녕 점점 확산되고 있다. 소통이 단절된 협회의 일방통행 행정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스포츠동아는 K리그 현직 감독을 포함한 10명의 현장 축구인을 대상으로 기술위원회의 독립성 훼손과 존폐에 대해 긴급 설문을 실시했다. 예외가 없었다. 응답자들은 한 목소리로 축구협회의 월권과 기술위의 독립성 훼손을 지적했다.

● 기술의 독립성 심각하게 훼손

‘이번 사태로 기술위의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10명 모두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답했다.

A는 “회장과 부회장도 물론 감독 경질에 대해 의견은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는 분명하게 문제가 있다. 기술위원회는 회장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기구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B는 “이번 경질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된 게 없다. 절차부터 일처리까지 모두 잘못 됐다”고 했다. 특히 이런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데 모두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기술위원회는 2002한일월드컵 정도를 제외하면 매번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들어 왔다.

C는 “축구인들이 한두 번 말한 것도 아니고 계속 있었던 이야기다. 뭐든지 원칙과 상식적인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도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지 않느냐. 협회 내부에 계신 분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는 “기술위원회가 욕을 먹은 적이 많지만 이번에 정말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축구인들이 스스로 그들의 자부심을 저버렸다는 뼈아픈 지적도 있었다.

A는 “기술 파트는 축구인들에게 꽃이나 다름없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에 축구인이 스스로 자존심을 버렸다”고 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스폰서나 고위층의 압력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자조 섞인 발언이었다.

F는 협회 고위층을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협회의 수장이라는 조중연 회장이 기술위원장 출신 아니냐. 기술위원장을 했던 사람이 스스로 기술위의 존재를 부정했으니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 기술위원회 축구발전 위해 필요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과연 기술위원회가 존속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다수 응답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없애버리자”는 응답은 2명이었는데 이들도 기술위원회의 근거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술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에 가까웠다.

사실 대표팀 감독이나 선수 선발 때만 이슈가 돼 기술위원회가 이 일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렇지 않다. 정관에 따르면 기술위원회는 각급 국가대표 선수의 선발과 지도자의 양성 뿐 아니라 유소년 축구 발전과 관련된 제반업무, 각종 축구 기술자료 수집 및 분석활동, 각종 교육 프로그램의 발전을 위한 제안 및 건의 등의 임무를 갖고 있다.

C는 “기술위원회는 당연히 유지해야 한다. 어느 국가이든 기술 파트가 축구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A도 “한국은 기술위원회가 대표팀 감독 선임 때만 주목을 받지만 사실 할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G는 “이 사태만 갖고 없애자고 말할 수는 없다. 기술위원들의 자문 역할은 꼭 필요하다”고 했고, H 역시 “기술위원회는 대표팀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고 동조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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