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율화의 더 팬] “돈보다 정이 앞서는 야구판 보고 싶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2월 9일 07시 00분


가을은 야구팬에게 이별의 계절이다. 다음 시즌까지 잠시 야구를 잊어야 하고 그동안 아꼈던 선수들을 떠나보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되기도 하는 그 시기. 바로 스토브리그다.

2011년의 스토브리그에는 유난히 많은 선수들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LG 조인성이 SK로 옮기고, SK와 롯데 불펜의 핵심이던 이승호와 임경완이 서로 유니폼을 교환했다. 손민한은 결국 방출되었고 김동주는 아직 소속팀을 찾지 못한 상태이며 이대호는 일본 진출이 확정됐고 정대현도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태세다.

이 상황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의외로 담담하다. 딱히 섭섭해 하지도 크게 화를 내지도 않고, 냉정하게 손익을 따지며 향후 성적을 예측해본다. 양준혁과 임창용의 트레이드에 양팀 팬들이 들끓어 오르고, 삼성의 박진만 심정수 영입으로 온 야구계가 발칵 뒤집히던 불과 몇 년 전의 일이 이제는 꿈같기만 하다. 야구도 어차피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는 비즈니스. 정 준 자리 상처만 남는 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팬들도 성숙해진 것일까.

어쩌면 ‘프랜차이즈’라는 개념이 희박해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구단이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이유만으로 성적에 관계없이 선수를 대접해주지도 않고, 선수 역시 오로지 정 때문에 팀에 남지 않는다. 여기에 전면 드래프트 제도까지 더해지면서, 아마도 이제는 오로지 한 팀에서 뛰다가 그 팀에서 은퇴식을 치르고 영구결번으로 남는 선수를 보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해는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프로야구 출범 30년. 팬들의 사랑과 열정을 지탱해준 힘은 각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들 아니었던가. 언제 우리 팀을 상대로 공을 던질지 모르는 선수를 아끼고 응원한다는 것은 어딘지 덧없고 슬프게 느껴진다. ‘우리 선수’, ‘우리 팀’이라 부를 때의 뿌듯한 자부심이 점점 희석되어져 가는 기분이다.

팬이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저 그들이 팀에 공헌한 바가 커서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한 세월의 부피 때문이다. 처음 우리 팀에서 데뷔하던 순간부터 점차 대형선수가 되어가는 동안, 팬들도 그들과 한마음으로 던지고 치고 뛰며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았고, 그 애착이 팀에 대한 사랑을 더욱 견고하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정보다 돈이 앞서는 시대, 그래도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야구에서는 돈보다 정이 앞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여성 열혈 야구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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