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포’ 뗀 조광래호 화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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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5일 07시 00분


박주영·기성용·이청용 결장…경기력 숙제

축구 팬에게 ‘양박쌍용’은 잘 알려져 있다. ‘양박’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박주영(아스널), ‘쌍용’은 이청용(볼턴)과 기성용(셀틱)이다. 작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의 주역이 바로 ‘양박쌍용’이다.

15일 레바논과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치르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양박쌍용’이 모두 빠진다. 조광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4명이 한꺼번에 빠지는 건 이번이 처음. 축구에서는 주축 선수 1∼2명만 빠져도 치명적이다. 그런데 무려 4명이 빠졌다. 올 초 아시안 컵과 비교하면 조 감독은 전력의 절반을 잃은 셈. 그러나 이게 대표팀의 숙명이다. 최고의 선수가 다 모이면 좋겠지만 이런 경우는 1년에 2∼3차례도 안 된다. 부상당하고 컨디션 난조에 빠진 선수를 빼고 그 다음 자원을 뽑아 최고의 경기를 치러야 하는 게 대표팀이다. 조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매일 같이 리그 경기를 보러 다니는 게 이 때문이다. 대표팀은 내용과 결과가 모두 좋아야 한다는 숙명도 지니고 있다. 대표팀은 선수를 발굴해내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 클럽에서 잘 하는 선수를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잠시 빌려 게임을 치르는 곳이다. 최고의 선수가 모인다고 저절로 최고의 경기가 나오는 건 아니다. 오랜 기간 발을 맞추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대표팀이 클럽만큼 잘 짜여진 조직력을 선보인다는 건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팬들은 늘 멋진 경기, 재미있는 경기를 원한다. 그렇다고 결과에 관대한 것도 아니다. 1∼2경기 지는 거야 시간을 갖고 봐줄 수 있지만 연패가 길어지면 경질 이야기가 나온다. 대표팀 감독 자리를 ‘독이 든 성배’라고 하는 이유다.

이번 레바논전은 조광래호의 20번째 A매치다. 한국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UAE 원정에서 승리를 따냈다. 레바논전은 더 녹록치 않아 보인다. 선수는 더 많이 빠졌고 잔디는 훨씬 안 좋고 원정 관중의 응원은 더 열광적이다. 그러나 대표팀은 그들이 지닌 숙명을 잘 알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고의 경기로 승리까지 따내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짓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조 감독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일까.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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